에필로그
자두는 어린아이가 돼 가는 듯...
새 집에 이사를 오고 자두는 어린 아기가 보채듯 계속 끙끙거리며 보챕니다. 마당에서 살던 아이인데도 마당에 놓으면 저렇게 거실밖 창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끙끙댑니다. 결국 안으로 들여놓았습니다. 실내용 깔개를 깔아주니 거기 누워 있습니다. 그러다 내가 눈에 띄지 않으면 또 끙끙거리며 보챕니다.
2층에 있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데서 내가 있으면 그렇습니다. 완전 아기가 엄마 안 보이면 보채듯 합니다.
정말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이 애는 13살로 사람나이로 치자면 80 후반쯤 되는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나만 졸졸 쫓아다니며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합니다. 이 애는 유기견센터에서 입양한 초기에만 실내생활을 했고 12년을 밖에서 살던 아이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거실에 있으면 거실에... 주방으로 가면 주방에... 방으로 가면 방으로... 이렇게 졸졸 쫓아다닙니다. 나를 감시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2층엔 못 올라옵니다. 늙고 관절이
안 좋아지니 계단은 못 올라가 내가 2층에 있으면 낑낑대고 보챕니다. 그렇게 자두는 완전 애가 되었습니다.
물론 밥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계속 나를 쫓아다니거나 잠만 잤습니다. 그러다 깨면 낑낑거리고... 그러다
이사 온 지 5일째 되는 날부터 조금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부터는 평소 양의 절반을 먹더군요...
예전엔 먹다 남기면 고양이들이 와서 밥을 먹고 그걸 물끄러미 쳐다보던 자두였는데(마치 늙은 할머니가
손주들이 밥 먹는 걸 대견해하듯...) 이젠 밥을 남기면 다음번에도 그걸 자기가 또 먹어야 합니다.
산책은 여전히 좋아합니다. 낑낑거리며 보채니 계속 산책만 데리고 나갔습니다. 동네에 익숙해질 겸...
자두도 적응을 하게 말입니다. 전혀 다른 동네 구조... 환경... 우선 나도 동네 지리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예전 살던 동네와는 완전 다른 곳이고 지리적 환경적으로 말입니다. 우선 산책길이 다릅니다. 이곳은 길이
여러 갈래로 있고 그 여러 갈래마다 집이 나오고 동네가 나오는 구조라 아직 나도 파악을 다 못했습니다.
동네 자체가 야트막한 구릉과 언덕이고 그 언덕길 너머 또 동네와 집이 나오고 그 거미줄처럼 길이 꼬불꼬불 연결되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두는 급경사 길은 피합니다. 힘드니 그 길은 가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산책 시 만나는 동네분들께 매일 인사를 합니다. 이제 몇몇 동네 어르신들도 이 자두를 압니다. 얌전한 아이... 순둥이라고... 요.... 사람들을 만나도 경계심도 없고... 아는 체를 해주면 누구에게나 꼬리를 치며 다가갑니다. 뭐 저런 애가 다 있나 싶게요...
그러다 한 번은 산책 중 길냥이를 만났습니다. 자두는 좋아 어쩔 줄 몰라하며 낑낑거리고 좋아 난리가 났습니다만... 정작 고양이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피합니다. 자두는 계속 그 아이 쪽으로 가려하고 끌어도 집에 오는 길로 오지 않습니다. 한동안 길에서 실랑이를 하고 그 고양이가 떠나자 풀이 죽어 집으로 왔습니다.
시간이 약이겠지요... 시간이 가자 밥을 먹기 시작했듯... 활기를 찾는 것도, 이 낯선 환경과 절친인 길냥이들이 없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적응하겠지요....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봅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오면 자두네 집에서 살았던 호피는 어디서 겨울을 날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제 고양이와 자두 이야기는 이번 회차가 끝이 아닐까 합니다.
고양이들 생각만 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릿합니다.
이제 자두도 고양이 앓이에서 이겨내듯 나 또한 고양이들 생각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대신 주제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써보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이 들면 또 그때그때 글을 써보겠습니다.
그동안 자두와 고양이 이야기에 사랑을 주신 작가님들께 감사 인사 대신 하며 글을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