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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킴 Oct 30. 2020

10. 조깅 유모차를 밀며 달리는 미국 엄마들

산전 산후 운동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다

나는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거의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고, 집 근처 공원에서 주 2회 정도 조깅을 했다. 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호숫가 트레일을  따라 한 바퀴 달리면 5km나 되는 넓은 공원이었다. 처음에는 한 바퀴도 너무 힘들어서 걷다 뛰다 했다. 하지만 일단 뛰기 시작하면 주차한 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어떻게든 5km는 채워야만 했다. 걷든 뛰든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덧 두 바퀴를 쉬지 않고 달릴 수도 있게 되었다. 


미국은 운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한국에 비해 크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걷는 것이 일상적이었는데 내가 미국에서 지냈던 동네는 대중교통이 없었다. 일부러 노력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운동량이 제로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운동과 담을 쌓고 살지만 반면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헬스클럽과 공원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공원에서 뛰는데 50m 정도 앞에 한 젊은 엄마가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달리고 있었다. 


'애기가 아직 생후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출산 한 엄마 맞아?' 


그녀는 아기 엄마가 아니라 이모였을까? 아니면 베이비시터였을까? 출산 한 지 겨우 몇 개월 뒤의 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슬림하고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이모든 시터든 엄마든, 내가 더 젊으니까 곧 따라잡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계속 그녀 뒤를 따라 뛰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녀와 나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고 어느덧 저만치 앞으로 달려가다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충격이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임신과 출산은 운동하는 여성에게 장애물이 아니었다. 만삭의 임산부가 헬스클럽에서 덤벨을 들고 스쿼트를 하거나 크로스핏을 해도 아무도 말리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백인과 흑인은 우리와 체격이 달라서 그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미국에 있는 아시아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국계 미국인 여성도 만삭의 몸으로 줌바 클래스에 들어와 격렬하게 흔들어댔다.   


한국의 문화와는 너무 달랐다. 한국의 임산부는 매사 조심해야 하고 임신 초기에는 위험하니 안정기라고 불리는 16주까지는 절대 운동을 해서는 안되며 출산 후에는 산후조리를 해야 하니 되도록 누워만 지내야 했다. 특히 나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여성이 임신 후에 느끼는 답답함은 이로 말할 수가 없다. 한국 사회는 임신한 여성은 마치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중병에 걸린 것 취급했다. 임신과 출산을 통해 적어도 1년 동안은 제대로 운동을 못하게 되니, 임신 동안 불어난 몸이 출산 후 복귀가 안 되는 것이 당연했다. 아기를 낳고도 언제 임신했었냐는 듯 날씬한 몸매로 뿅 돌아오는 것은 전담 요리사와 트레이너가 있는 유명 연예인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가 미국의 헬스클럽과 공원에서 본 임산부와 엄마들에게 임신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임신 사실을 알고도 꾸준히 하던 운동을 지속하면서 일상을 지켜 나갔고 출산 후에도 되도록 빨리 원래의 생활을 되찾았다. 몸매도 몸매지만 자신의 일상과 취미를 임신과 출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그녀들은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언젠가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더라도 이렇게 꾸준히 운동하고 스스로가 행복한 일을 하면 나를 잃지 않고 지킬 수 있겠구나.’ 


AFPA에는 Pre/postnatal Exercise Specialist(산전 산후 운동 전문가) 자격증 과정도 있었다. 나는 결혼 직후 이 자격증도 취득했다. 언제 임신을 하게 되더라도 바로 내 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다짐했다. 한국 여성도 임신 초기부터 만삭까지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계속하면서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고, 출산 후에도 건강하게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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