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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킴 Oct 30. 2020

11. 뱃속 아기와 마라톤을 뛰다

임신 초기 운동, 어디까지 가능해?

2017년 1월, 남편과 네 달 동안의 캐나다 &남미 여행을 마치고 백수의 신분으로 부산으로 돌아왔다. 나는 마린시티에 있는 외국인들을 모아 개인수업과 그룹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남편도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그리고 남미 여행을 다녀오면 애를 낳아주겠다는 남편과의 약속을 실행하기 위해 배란일 계산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결혼 생활 처음으로 임신 시도를 했다. 2월의 가임기 동안 딱 한번 시도 했는데 기대치 않게도 그 한 번에 바로 임신이 되었다. 2017년 3월 15일,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내 자궁에 자리 잡은 콩알만 한 아기집을 확인했고, 태명은 '한방이'로 정했다. 


당시 나는 각각 3월과 4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등록을 하고 10km 러닝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나는 임신 4주 차에 모르고 해운대에서 광안리까지 10km를 뛰어버렸다.


 '헉, 다들 조심조심 또 조심하라는 임신 극초기에 한 시간 내내 달리기를 했다니! 우리 아기 괜찮을까?'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산전 산후 운동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배운 지식과 나의 다짐을 실현할 첫 번째 기회가 온 것이기도 했다. 임신 전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해 온 건강한 산모는 임신 초기에도 임신 전 운동 강도의 50~80%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나는 건강했고, 아기도 착상을 잘했다. 


임신 사실을 확인 한 그 주말에는 다대포에서 핑크리본 마라톤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같이 마라톤 출전 등록을 하고 러닝 훈련을 하고 있었던 노르웨이 출신의 피티 회원에게 나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어린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아니타는 그 예쁜 파란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고 뛸 듯이 기뻐해 주었다. 


“샤인! 임신 너무너무 축하해~ 아이를 품는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산부인과에서 함께 초음파를 보며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도 남편과 나는 눈물이 날 만큼 기뻐하지는 않았는데, 아니타가 그렇게 기뻐해 주니 감동받아서 나도 눈물이 찔끔 났다. 

“네 일처럼 기뻐해 줘서 고마워, 아니타. 그나저나 우리 이번 주 일요일에 마라톤 있잖아. 나 이제 임신 5주 차거든. 그날 아침에 컨디션 보고 출전 여부 결정할게. 뛰든 안 뛰든 다대포까지 너랑 같이 가 줄 거야. 너의 첫 10km 도전은 응원해 줘야지.” 


마라톤이 열리는 2017년 3월 19일 일요일, 컨디션이 좋았다. 나는 그렇게 아니타와 함께 마라톤에 출전했다. 임신이 아니었다면 최고의 기록을 내기 위해 열심히 달렸겠지만 아니타를 앞서 보내고 틈틈이 물도 마셔가며 여유롭게 1시간 10분 56초의 기록으로 10km를 완주했다.


다음 달에는 해운대에서 출발해서 광안대교 위를 달려 광안리로 도착하는 대망의 아디다스 마라톤 대회 출전 예정이었다. 2017년 4월 16일 마라톤 당일 아침, 역시나 컨디션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임신 9주 차에도 아니타와 10km를 달렸다. 이번에도 나는 기록 욕심을 내지 않고 여유롭게 뛰었다. 아니타는 지난달 마라톤 기록보다 10분씩이나 단축해서 단 54분 32초 만에 들어와 여자 상위권 기록을 달성했다. 


이번에는 내가 뛸 듯이 기뻐해 주었다.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 남편 직장 때문에 따라와서 두 아들 독박 육아하느라 힘들었던 아니타는 내가 미국에서 운동에 몰입하며 내 삶을 바꿨듯이 한국에서 열심히 피티와 러닝 훈련을 받으며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지금 노르웨이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사부가 내 삶에 터닝포인트가 되어 준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삶에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다. 그녀의 성공은 내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뿌듯하고 빛나는 성취였다. 



2017.04.16 임신 9주차에 아니타와 함께 광안대교 위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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