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mood May 12. 2021

한국인이 못 타는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문 닫기버튼이 없다




이사를 했다.

같은 동네 안이었고 가구도 없어서 크게 걱정 안 했는데 이사는 이사였다.

그냥 짐을 싸고 풀고 이 자체가 힘든 거 같다. 흑.



그렇게 이사를 끝낸 곳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이다.

건물은 엄청 까리하게 생겼고, 코펜하겐 북쪽에서는 우리만큼 높은 빌딩은 없는 거 같다.

안에 시설도 아주 편리하게 잘되어있고, 난방이 되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방음도 잘되고! 드디어 옆집이 언제 샤워하는지.. 알 수 없게 된 것도 아주 마음에 든다.

1층(우리나라에선 2층)에 공동정원도 맘에 들고,

0층(우리나라에선 1층)에 공동 세탁실, 건조기, 헬스장 등 시설부터 시스템까지 깔끔하니 좋다.




아파트 외관, 세탁실, 피트니스실
아파트 단지 루프탑 공동정원, 로비




그러나 아주 마음에 드는 뉴하우스에 아주 놀랍고 충격적인 것 하나가 있다.

한국인이라면 다들,, 자기는 못 산다며..

바로 엘리베이터에 문 닫기 버튼이 없다.!!

혹시나 해서 건물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다 타봤는데 역시나 없다.

심지어 버튼이 4개나 있는데   열기라니-!

30층 아파트에 이게 말이 됩니까-!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문 닫기 버튼을 누르는 게 습관이 된 한국인이 여기서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복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며칠 지나니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처음엔 사람들이 중간에 내리고 나면 멍하니 열려있는 문을 닫히기만을 바라만 보는 것도 짜증이 났다.

근데 이젠 안중에도 없고 신경도 안 쓰인다. 딱히 필요성을 모를 지경이다.


정말 찰나인 거 같다. 아주 잠깐의 몇 초의 시간. 나는 왜 그 몇 초도 못 참아서 버튼을 눌렀을까.

뭐가 그렇게 나를 조급하게 했을까. 뭐가 나를 그렇게 여유가 없게 만들었을까.



한국에서는 참 당연했던 것들이 덴마크에서는 당연하지 않다는 게 신기하면서 재밌다.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것들이 없어졌을 때,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을 때,

불편함 없이 오히려 더 만족스러운 일상으로 하루하루 채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어떤  나의 당연했던 생각을 바꿀까, 기대된다.

  


 

 

이전 04화 오가닉 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