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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라는 것은

커다란 것이 아니다.

by 글지으니



어제 특수 아동 방과 후 수업이 있었다. 이 반에 유독 애정 표현을 잘하는 이쁜 여자친구가 있다. 어제 그 이쁜 여자아이가 나에게 과자를 주었다. 그 과자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는 그 과자를 품속에 넣으면서 다른 친구에게 뺏기지 않으려는 몸짓을 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선물이라는 것은 커다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40분 수업이라 마음도 손도 바빴다. 아이들에게 얼굴 모양을 오리라고 하니 "잘 못하겠어요." 했다. 시간이 있다면 아이들이 삐뚤게 오리게 하겠지만 짧은 시간이라 내가 오리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주 동안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있었니?"하고 물었다. 특수 아동이지만 6학년이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있으니 물었다. 아이들은 눈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나도 한 주 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평소에 '늘 같은 일상이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주말만 일상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특별한 일이 생각나지 않네!" 하면서 "그러면 주말에는 무엇을 할 거야!" 하면서 물었다. 또 아이들은 눈만 멀뚱멀뚱 떴다. "응, 선생님도 주말에 뭘 할지 모르겠네!" 말했다.


하지만 수업에 들어오기 전에 조카가 귤을 땄다고 흠집이 있지만 귤이 달다며 서귀포에 오면 가져가라고 했다. 어제는 서귀포 시어머님가 오후에 병원에 들렀다가 집에서 저녁 드시고 가시면 서귀포에 안 갈 건데 귤 가지러 서귀포에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귤을 가지러 가야 되는데!"라고 했다. 과자를 준 아이는 "선생님, 그러면 다음에 오실 때 귤 가져오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 꼭 귤 갖다 줄게. 그때 우리 맛있게 먹자!"라고 했다.


그렇게 바쁘게 수업하고 정리하다 보니 따뜻한 말 한 꼭지 못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따뜻한 마음이었는데 수업하느라 어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요일마다 다른 반 방과 후 수업이 있어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생각한다. 그런데 다행히 토요일이었다. 주중에는 출근하기 바쁘지만 글도 써야 하니 아침이 여유롭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이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주말은 어떻게 보낼지 생각나지 않았다.


글도 써야 하고, 조카가 귤도 가져가라고 했는데 언제 갈까 하면서 고민이 되었다. 귤 농사를 짓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조카가 귤을 준다고 전화를 한 것이 기특했다. 조카가 힘들게 딴 귤을 가져다 먹기만 하면 되는데 사간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을 주는 기쁨을 알기에 귤을 갖고 와서 다음 주에 그 아이들과 나눠 먹어야겠다. 조카에게 귤을 가지러 가면서 나도 무엇을 줄까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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