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
유치원에서 어제 눈사람 만들기를 했다. 요즘에는 반제품을 구입해서 아이들이 꾸미기만 하면 되게 잘 나왔다. 선생님은 어떻게 꾸몄는지 예시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꾸미기 시작했다. 나는 돌보는 아이 곁에서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다 눈을 검은색이 아니라 노란색으로 붙였다. 그래서 검정으로 눈을 더 표현하라고 했다. 검정 클레이를 많이 뜯길래 적당히 잘라주며 눈을 표현하라고 했다.
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눈을 검정이 아닌 노란색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틀에 박혀있는지 느끼기 충분했다. 그리고 검정으로 눈을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클레이를 눈동자만큼만 때어 주면서 또 느꼈다. 눈동자가 눈보다 클까 봐 작게 띠어 줬다. 그리고 목도리가 허전해서 클레이로 가느다랗게 줄을 만들고 잘라 줄무늬를 넣게 했다.
반 아이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기 바빴다. 어떤 아이는 눈사람 머리에 눈, 코 입, 귀마개, 목도리까지 다 표현하느라 머리에 클레이가 잔뜩 붙여졌다. 이 눈사람이 비록 이쁘지는 않아도 아이는 이렇게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봐야 만족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표현해 봐야 다음에는 좀 더 다르게 할 줄 아는 아이로 클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유감없이 표현할 때가 많지 않다. 그러니 이렇게 만들기 할 때라도 그림을 그릴 때라도 마음껏 할 수 있는 허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틀에 박힌 선생님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미술 학원에서 어린 유아들을 가르쳤었는데 그때 나는 교과서적인 미술을 가르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에서 만들기를 하듯 학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유치원에서처럼 아이들이 마음대로 엉망으로 만들어도 잔소리하지 않고 내버려 둘 수 있는지가 의문이 들었다. 중요한 것이 작은 것에서라도 허용할 수 있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
엄마인 나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것을 허용했는지 생각하며 많은 것을 가르친다고 잔소리만 한 엄마는 아닌지 반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