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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출 때, 나는 본능적인 촉수동물이 된다.

by 움직이기


다른 춤꾼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아무래도 춤은 진동, 떨림, 울림같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충동같다.


춤은 내 뱃속 깊은 원천에서 치고 올라오는, 강하고 묵직하고 진실한 힘 같다. 춤은 내 정신을 떨리게 하고 나를 나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준다.


춤을 출 때 나는 마치 시공간에 레이더망을 촘촘하고 강력하게 뻗친 어떤 촉수동물이 되는 것만 같다. 시공간과 온몸에 촥 펼쳐진 레이더망에 빨간 불이 켜진다.

그러면 방금까지도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던 세상은 뭔가 약간 뒤틀린듯, 혹은 다른 차원의 이상한, 오묘한? 세계가 되어버린 듯 하다.

매 순간 약간은 긴장하면서도 초조하면서도 기대하면서 춤으로 들어간다.

그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나의 어느 곳으로

나는 끌려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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