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과정
폭염주의보가 있던 작년 어느 날,
지인 열 명과 함께 인왕산에 올랐다
무거운 다리로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는데
계속 뒤돌아 사진 찍는 한 지인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내려가면 볼 경치, 이따 찍으면 편할 텐데...'
하산하는 길에 누군가 그 지인을 찾았다.
"사진 찍느라 늦게 내려오는 걸 거예요."
내 대답에 돌아온 한마디는,
"와,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군요."
순간 깨달았다.
나는 결과만 바라보며 오르고 있지는 않았나?
산 정상에서 만세를 외칠 생각만 하며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있었던 나.
요즘처럼 결과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엔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더 귀하다.
그 길이 힘들더라도, 그 안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가는 것.
공간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집 상태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여정을 바라보는 것.
정리란 그저 깨끗한 집을 만드는 일이 아닌,
그 사람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삶의 흔적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앞만 보지 않고 그 안의 과정을 즐기고 볼 줄 아는 사람이 돼야지.
결과만 쫓는 게 아니라, 순간을 담아가는 여정
그게 바로 '설렘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