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알아서 다행이다

느낀다는 것

by 지혜




하루라도 빨리 알아서 다행인 건,

지금에 머무는 감각이다.



명상이나 요가, 러닝처럼 몸을 깨우는 방법은 많다.


그런데 내 첫 시작은

내 집에 있는 물건정리였다.



하나하나 만지며 정리하고 나서 얻은

가장 큰 정리의 지혜는


기술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설렘의 신호’였다.





감각의 세계는 깊게 파고들수록 흥미롭다.



<Five Sense> 책 중에,


‘사람은 보이는 대로 믿는다지만,


만지는 것은 현실 그 자체직접 마주하는

감각이다.’


라는 내용이 증명하고 있었다.



정보를 예측할 수 있으면

감각은 점차 인식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기보다 먼저 만지기 시작했다.



물건을 만지는 행위는

촉각의 ‘외부감각’과,

내 몸 안의 미세한 떨림의 ‘내수용 감각’을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설레는 물건만 남긴 후,

나는 내가 시각이나 청각보다

촉각에 꽤나 민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 아이폰은 쌩폰이다.

매끄러운 바디감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케이스를 씌우지 않는다.

손에 닿는 특유의 부드러운 그립감과

터치감에 생경한 설렘을 느낀다.



내 안의 평온이나

설렘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를 붙잡는 일.



이제 나는 내 삶의 불필요한

생각과 판단들을 내려놓고



내 몸의 세포들이 움직이는

그 생생한 감각을 즐기기로 했다.



이 감각을 넓히기 위해 나는 작은 루틴을 이어간다.



아침이면 가죽의자에 앉아 퐁신한 촉감을 느끼며

모닝페이지를 쓴다.

몇 줄 적다 보면 금세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문득 알아차린다.

아, 또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구나.


모닝페이지는 명상과 같은 건데,

생각의 흐름을 좇는 실수를 매일 한다.



다시 펜을 쥔 오른손의 감촉으로 돌아온다.

펜촉이 종이를 긁으며 잉크를 남긴다.

작은 볼이 구르며 글자를 만들어낸다.



그 안의 신기한 세계를 상상하며

또다시 샛길로 흐르지만,

방법은 단순하다.



다시 느끼는 것이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얼른 뒤로 젖힌다.

어깨가 위로 솟았다. 힘을 빼니 아래로 쭈욱 내려간다.

왼손이 종이를 세게 누르고 있는 것도

그제야 알아챈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 있고,

엉덩이는 폭신하게 느껴진다.



‘아, 편안하다.’



이 모든 게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난다.


이제야

급하게 흘러가던 글씨는

몸과 함께 차분해진다



지금 여기에 온전히 있는 느낌.




가장 밀도 높은 행복은 3분 호흡에서 온다.


“시리야, 삼분 타이머”


“siri야, 삼분 타이머”




아이폰 화면에 2:59 가 뜬다.



시작이 어려운데 시리가

후다닥 자세를 고쳐 앉도록 도와준다.



발바닥부터 감촉을 느낀다.

모닝페이지 쓸 때와 비슷하다.

또 몸이 앞으로 많이 쏠려있다.

어깨, 허리, 목도.

숨이 들어오고 나간다. 배가 부풀었다가 가라앉는다.

그저 호흡을 따라간다.



‘나 지금 살아있구나.’



단 1초의 살아있음을 선명하게 느끼기 위해

삼분을 들인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 머무는 일.



설렘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감촉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는 걸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알아서 참 다행이다.



비로소

브런치 북 ‘설렘의 감각’ 30편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리고 이제

노트북을 덮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온몸에 닿는 뜨거운 온기를 느끼며

수고한 내 몸에 애정의 손길을 더하러.



2월의 마지막에.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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