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온 이유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일본료칸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동료와 손님에게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회고하며 기록합니다.
입사하고 반년 즈음 되던 날,
나는 아직 체크인을 안 한 외국손님을 기다리느라, 나이트 분들하고 같이 프런트를 지켰다.
저녁식사 시간이라 로비가 조용하다.
밤은 캄캄하다.
료칸 정문에 있는 센서가 울린다. 체크인 손님이 왔나하고 반가운 마음에 내다 보니, 정문으로 회장님이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오신다.
'퇴근하시고 왜 오시지?'
료칸 건너편에 살고 계신 회장님이시지만, 급한 일이 아니면 오시진 않는데...
그리고 가능하면 뒷문으로 들어오시는데...
프런트를 지나 사무실로 들어가, 부산하게 움직이신다. 레스토랑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두근두근.
손님 요리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이다.
허걱.
레스토랑 사람들이 손을 쓸수도 없이, 그들은 료칸을 떠나겠다고 한다.
일본 젊은 부부 손님이며, 회장님이 직접 응대하기 위해 오셨다. 그리고 흰 봉투를 준비해 두셨다.
다시 프런트에는 나이트 두분과 내가 나란히 서 있다. 그리고 주방장과 부주방장, 그리고 회장님이 프런트 앞에 고개를 떨구고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있다.
어느새 정문 계단 밑에는 택시 한 대가 와서 불빛을 내며 대기하고 있다.
곧이어, 엘리베이터 소리가 띵! 울리며 곱게 차려입은 젊은 부부가 짐을 들고 나온다. 회장님은 서둘러 짐을 받으며 앞장 서고 주방장, 부주방장도 뒤따라 정문을 나선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프런트에서 나와 일단 마음을 보태야겠다. 서둘러 부주방장의 뒷꽁무니를 쫒아 내려가 손님이 택시 타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회장님이 봉투를 건넨다.
우리는 간판 앞에 나란히 서서 고개를 숙이며,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배웅한다.
나중에 들은 내용으로는, 부인의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고 혹시나 다른 요리에도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남편쪽에서 식사를 거절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임신 중인 손님이었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게 하고 싶었던 계획이 그르쳤기 때문에 더 마음이 상하셨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료칸을 떠나겠다는 손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회장님은 긴박하게 주변 료칸을 예약해 주셨고 택시를 불러 이동을 도와주셨다. 또한 우리 료칸 예약비를 봉투에 담아 전달하셨다.
아내를 위하는 극진한 남편의 마음
손님이 이 이상은 불편하지 않도록 문제 해결하는 회장님의 서비스 마인드
그리고
문제의 책임을 안고 있는 주방장의 90도 인사에서 오는 무게감
나는 이들 옆에서 조금이라도 이 죄송한 마음이 전달되도록 눈빛과 몸짓을 보태었다.
내가 경험한 건 10분도 안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날은 내가 일본 료칸에 와서 일하는 이유를 가슴으로 느끼며 배운 날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나는
‘나 손님들께 서비스 잘 할 수 있을까?’
살짝 겁도 먹었다.
이들처럼
어느 상황에서도
끝까지 진심을 잘 전달해야지.
*다행히도 이 광경은 이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