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자지도 않고 깨어났다
남편이 사라졌다. 생의 무게가 내 숨통을 짓눌렀다. 아무리 해도 잠을 잘 수 없고, 지쳐 잠이 들었다가도 오십일 안 된 아기의 생체리듬에 따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몇 번이고 일어나야 했다. 정해진 용량으로 분유를 타 먹이고, 아이가 먹은 시간과 분유량을 적어둔다. 기저귀가 젖었는지 살피고 아이가 트림을 할 때까지 안고 있어야 했다. 생후 한 달 된 젖먹이 아이는 그렇게 해줘야 살 수 있었다.
아이의 생에 떠밀려 수일을 살아냈다. 그때쯤에 엉망이 된 집안꼴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좀 전에 남편을 잃은 젊은 과부 정신에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꼴이었던가 보다. 나는 내정신이 아닌 채로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방바닥을 닦고 이불을 빨고 베갯잇을 벗겨 갈았다. 며칠째 내 곁을 지키던 친구들은, 이제 얘가 살겠다고, 한숨을 돌렸다.
나는 일을 싫어해서 시름을 잊기 위해 일하는 걸 안 좋아하는데, 너무 더러운 건 또 못 참는 성미라. 그런 성미라.
사람을 살게 하는 건 무얼까.
아기의 울음이나 똥기저귀 같은 것일까. 생살이 찢기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더러운 집구석 꼬라지 같은 것을 못 참는 성격 따위가 그랬을까.
나는 그렇게 잘 먹고도 잠은 못 잤다.
잠을 자는 게, 당신을 잃은 하루가 그렇게 더해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덥고 습한 공기가 나를 내리누르고 나는 매일밤 어둠 속에서 오열했다. 두 시간인지 세 시간 만에 한 번씩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또 오열하고 넋을 놓았다가 잤다가 눈을 떴다가 또 울었다가. 새벽녘이 어슴푸레 밝아오는 게 너무 무서웠어.
그래도 매일 아침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