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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U Jan 04. 2021

[병원여정] 14. 다시 입원

제발 다시 입원시켜주세요.

 퇴원 후 집에 오자 감회가 새로웠다. 가장 좋았던 점은 아무래도 식사를 원하는 메뉴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병원 밥은 생각보다 맛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선호하는 메뉴는 아니었다. 집에 온 첫날 아빠가 사오신 차돌박이를 원 없이 먹으니 일단은 행복했다. 


 그리고 2층인 내 방에는 올라갈 수가 없어서 한동안 아빠가 내 방에서 주무시고, 나는 1층 안방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다행히 안방에 딸린 화장실이 있어 동선이 크지 않았다. 아빠는 안방에서 내가 심심하지 않도록 TV에 갖가지 영화를 넣어주셨고, 엄마는 동생에게 누나를 어떻게 돌보면 되는지 하나씩 알려주셨다. 가족들이 모두 나를 위해 희생해주는 게 참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그렇게 퇴원 첫 날,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집은 생각보다 불편한 게 많았다. 문지방을 넘어다녀야 한다는 것, 특히 화장실 문턱은 내가 넘기에 너무나도 높았다. 화장실을 갈 땐 온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왼 발로 점프해서 다녀와야 했다. 


 그리고 나는 다리를 항상 심장보다 위로 올려놓아야 했는데, 병원에서는 침대 높이 조정이 가능해서 다리를 올리고, 거기에 베개도 두 개를 덧대어 아주 높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집 침대는 다리 부분만 올리는 기능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침대에 안전 손잡이가 없으니 일어날 때 붙잡을 것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오랫동안 누워있다 보니 온몸에 근육이 다 빠져 힘이 없어졌는데, 혼자 다리에 힘을 주지 않고 일어려면 손잡이를 잡고 팔에 힘을 줬어야 했다. 그마저도 오른팔엔 깁스를 하고 있으니 왼팔로만 지탱해서 일어나야 하는데, 손잡이가 없어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다리가 좀 아파도 양다리에 힘을 줘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이렇게 불편한 데다가, 안방은 부모님의 취향으로 암막 커튼이 짙게 처져 있어 빛도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했다. 집에 오면 외로울 것만 생각했지, 이렇게 불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예상이 빗나가자 훨씬 더 큰 우울감이 찾아왔고 나는 그늘 밑의 시든 꽃들처럼 서서히 기운이 사라져 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밤,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내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눈을 감은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온몸이 긴장되며 간지럽기 시작했다. 피부가 가려운 것은 아니었다. 몸속의 어딘지 모르겠지만 미친듯한 가려움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아무 곳이나 마구 긁었지만, 어디를 긁어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몇 번을 그렇게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엄마를 깨워 절규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놀라기도 했고, 며칠 동안 집에서 지내면서 아무런 희망도 느끼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모든 불편함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 집에서 더 이상 살아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느꼈던 그 절망감은 내가 ‘미쳐간다’고 느낄 정도였고, 철이 없다고 할지언정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으앙. 하고 울어버릴 뿐이었다.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불편해. 살 수가 없어. 다시 입원시켜줘. 너무 힘들어.”


 자다 말고 갑자기 나의 오열을 들으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27살이나 된 딸자식을 토닥여주며 엄마는 어떤 다짐을 하셨을까. 나는 아직도 참 어리다. 결국, 나는 퇴원한 지 며칠 만에 다시 병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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