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의 기쁨에 관하여
저는 33살이며 9개월 아기의 엄마예요. 커피를 좋아해요.
저는 33살이며 9개월 아기의 엄마예요. 현재 직장은 육아휴직 중입니다. 따라서 남편의 외벌이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이 외에도 저를 설명하는 말이 있다면 커피를 매우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에요. 혹시 커피 좋아하시나요? 저처럼 커피를 매일 한 잔 이상씩 마시는 것에서 삶의 낙을 느끼는 분은 아니신가요? 제가 커피를 얼마나 좋아하냐면요. 커피 마시는 시간은 제게 최고의 휴식 시간이에요. 제가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죠.
당연히 20대 때에는 참새가 방앗간 지나가듯 카페를 갔어요. 친구와 약속이 있으면 무조건 카페를 갔습니... 아니, 생각해보니 친구와 약속이 없어도 카페를 갔어요. 너무 사치하는 것 같나요? 매일매일 커피를 사서 마셨었어요. 아메리카노든 카페라테는 바닐라라테 든요. 제 손에는 매일 몇 천 원짜리 카페 커피가 쥐어져 있었지요. 커피 한 잔도 못 마시는 삶은 저에게 의미가 없었어요. 어떤 때는 직장에 가기 전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가는 게 중요한 하루 일과였어요.
매일매일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셨어요.
2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만
그러던 제가 카페를 덜 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엄마의 잔소리 때문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카페를 안 좋아해서도 아니었어요. 그건 그냥 결혼을 얼마 앞두고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고 난 뒤의 변화였습니다. 매일 마시는 3000원의 커피가 한 달이 되니 적지 않은 금액 임을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냥 사 먹을 때는 몰랐는데 말이에요. 그 한잔의 3000원이 한 달이 되니 거의 돈 10만 원이 되더라고요. 커피 말고도 돈 쓸 일은 얼마나 많은가요. 그러나 과연 이렇게 커피를 사 마시는 게 한 달에 10만 원어치의 값어치가 제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마침 그 시기쯤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도 했고요. 그래서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는데요. 막상 생활비 중 아낄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사 마시는 커피를 줄여보자!
그러고 나서 저는 200원짜리 믹스커피를 우유에 타마시게 되었죠.. 또 믹스커피만 계속 마시기에는 걱정되어 어떤 때는 인터넷에서 개당 200원짜리 원두액을 사서 먹기도 하고요. 정확히 말하면 항상 200원은 아니었지만요. 어쨌든 원가로 따지면 하루에 대략 200원짜리 커피를 먹게 되었죠. 당연히 삶의 낙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3000원짜리 커피에서 200원짜리로 하락했으니까요. 커피 마시는 즐거움이 반의 반은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항상 카페를 가던 여자였으니까요. 카페 커피에서 200원짜리 커피는 너무 심한 차이 아닌가요.
처음에는 좀 우울했어요.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이런 것도 못 먹어?’ 그러나 습관이 무섭다고 했던가요. 점점 저는 제게 맞는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우유를 부어 따끈하게도 먹으니 믹스커피도 바닐라라테 못지않았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점점 그렇게 습관이 되다 보니 생각보다 즐거웠어요. 물론 사 먹는 커피는 여전히 저를 유혹하지만요. 비록 200원짜리 커피여도 커피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커피 마시는 시간은 제게 여전히 휴식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깨닫게 되었죠.
아 나는 200원짜리 커피에도 행복할 수 있구나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있지요. 제 경우가 딱 그거였어요. 3000원짜리 카페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았지만요. 그저 매일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사실에 제게는 즐거움이자 위안이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행위를 매일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200원짜리 커피를 마셔도 행복한 거였어요. 커피는 그냥 저에게 상징적인 즐거움이었던 거예요.
혹시 여러분의 삶에도 200원짜리 커피 같은 것들이 있나요?
이런 커피 같은 것들이 제 삶에는 또 있었어요. 좋은 가방, 좋은 옷, 좋은 액세서리는 20대 때 제게는 필수품이었어요. 비싼 것일수록 나를 행복하게 하는 줄 알았죠. 솔직히 나를 행복한다고 하기보다는 자랑하기 좋잖아요. 예쁘고 멋진 옷을 입었을 때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 그런 게 좋았어요. 그런데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생각하고 나서 나에게 그런 것들이 정말 필요할까 생각해 보았어요. 사실 나는 그런 것들이 정말 필요하지는 않았어요. 있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죠. 그러나 그만큼 관리를 해야 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많아졌어요.
혹시 여러분의 삶에도 200원짜리 커피 같은 것들이 있나요?
남들에게 자랑할 수는 없어도 나에게 소중한 것 말이에요. 그냥 내 삶에서 나를 자주 즐겁게 해주는 소소한 것들이죠. 저는 2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충분히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