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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Feb 12. 2024

선 명상의 기반: 스승님이 주신 선물

아픔과 불편함을 견뎌내야 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출가하기 전부터 선 명상반을 운영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니까 그때는 명상반을 운영하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뭘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는 능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스님이 가르쳐주신 내용을 말해주고, 내가 경험한 일들을 공유해 왔습니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그렇게 출가한 지금까지 선 명상 교실을 이어온 것이 신기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선 명상 교실이지만 영화 스님이 말씀해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지켜왔던 것들이 있습니다. 수업은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누가 오더라도 다 받아준다는 점입니다. 나이나 인종, 성별, 종교에 상관없이 명상반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이제는 미국에 있는 사형, 사제 스님들도 명상반을 개설했습니다. 이제 영어로 지도하는 선명상 교실뿐만 아니라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수업도 있습니다. 독일인 학생도 모이면 아마도 독일인 전용 명상반도 생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우리한테 찾아와서 어째서 우리는 명상반을 모두 무료로 하는지 묻습니다. 또 어떤 분은 이 절은 도대체 어떻게 운영이 되는 건지 궁금해합니다. 등록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영화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예부터 선종의 모든 조사스님들도 대가 없이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선대의 조사스님들이 가진 정신을 따르고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과 같은 동양권 나라면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렇게 모든 것을 무료로 하면서, 사찰의 재정을 짊어지고 간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보시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냥 당연히 받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그런 문제에 대한 생각조차 없습니다. 정부나 신도가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서양인을 가르친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서양인은 기본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것들은 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영화 스님이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선명상을 가르치고, 많은 출가인 제자로 승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특히 요즘 시대에 이런 식으로 선 명상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로 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여러분도 서양인들처럼 그게 그냥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교회나 절도 활동하려면, 전기세, 수도세, 인터넷과 핸드폰 요금을 내야 합니다. 자동차 보험이나 교통비도 있습니다. 게다가 자금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아마도 임대료를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스님은 학생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끊임없이 가르쳤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스승님께 감사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지만, 지금 출가하고 나니 스승님이 얼마나 힘들게 사셨을지 피부로 느낍니다. 하지만 스승님은 우리에게 어떤 금전적 압박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힘든 기색조차 내질 않으셨습니다. 저는 스승님이 얼마나 위대하고 훌륭한 분인지 알지 못했고, 스승님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걸 주고 계신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배우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그 가르침들이 쌓이고 연결되어서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제야 그 가르침들이 얼마나 심오한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선 명상반을 가르칠 때 목표가 확실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식 선명상을 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바로 그들에게 바른 기반을 세울 수 있는 도움이 되길 빕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 명상 수행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저에게 수행입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다양한 학생들이 정말로 다양한 문제와 어려움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꽤 자주 학생들의 질문에 줄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보다 더 나은 스승에게 가도록 해줘야 합니다.


사실 여러분이 선을 하고, 거기서 진전하면 실질적인 힘이 생깁니다. 그 힘으로 여러분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선을 가르칠 때 여러분이 명상 실력을 키울 수 있게 해줘야만 합니다. 예로 우리에게 찾아온 초심자든 숙련 명상가이든, 재가인이든 출가자이든 누구나 건강 문제는 다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명상을 통해 건강을 향상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있든 없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종교적이든 아니든, 그 누구라도 지침에 따라 꾸준히 노력하면 건강은 더 좋아집니다.


여러분도 아실 수 있지만, 우리 미국 위앙종에서는 명상의 기본자세로 결가부좌를 권장합니다. 명상의 기반을 세우려면 가장 먼저 아프고 불편한 걸 참고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미 해보셨나요? 그렇다면 이 자세로 앉으면 발목과 무릎이 엄청나게 아프다는 것을 알 겁니다. 그건 거의 누구나 다 겪습니다. 처음엔 대부분 발목 통증이 제일 심합니다. 그다음은 무릎, 골반, 허리가 차례로 아픕니다. 사람에 따라서 속이 메슥거리거나, 어지럼증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픈 사람도 있고, 호흡이 힘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견디고 또 견디면서 다리를 풀지 않고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 건강이 기적처럼 회복됩니다. 법문을 듣지 않더라도, 특별한 호흡, 화두, 위빠사나와 같은 명상법을 몰라도 그냥 더 건강해집니다. 그냥 좀 더 길게 앉기만 하면 됩니다. 


그냥 다른 건 아무것도 없이 아픈 것만 참고 견뎌도 그 결과가 놀랍습니다. 물론 이 어려운 자세 덕분에 하차하는 학생이 꽤 많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십시오. 실패해도 계속 또 도전합니다. 물론 명상이나 선 명상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외에도 배워야 할 건 많습니다. 바른 기반을 세우면서 마음을 열고 지혜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우선 건강이 회복되어야 더 수월한 법입니다. 그러니 아픔을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불편함을 피하지 마세요. 이것이 명상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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