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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Jan 28. 2022

캐나다 코스트코

새로운 곳에서의 수업료

코스트코는 말할 것도 없고 매력적인 마트들이 다양하게 있지만 그곳에서 십 분 이상 있을 수 없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삼시 세 끼를 만들어야 하는 나는 마음을 다잡고 캐나다의 소스 음식 사야 되는 품목들을 밤새어 캡처하고 마트를 발견할 때 눈에 불을 키고 임무를 완수하려고 하지만,


화장실 급하다는 아이. 조는 걸 넘어 진짜 잠들어 어찌해도 감당이 안 되는 아이, 징징대며 언제 나가냐며 백만 번 묻는 건 기본, 마음대로 뛰어다니면, 나의 욕구를 포기하고 아이를 쫓아가야 한다. 고로 물건을 보고 가격을 보며 고민하는 시간은 절대로 없다. 빠르게 캐취 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아우.. 왜 두 명을 낳았지... 지인은 "캐나다 왔으면 세명은 낳아야 해!!!"라고 하지만 어떤 삶을 사는지 아직 이해불가이다.


차가 없던 이 날은 (바로 어제!) 우버택시를 타고 십오 분 거리의 코스트코를 와서 신나게 장을 보았다. 민제의 칭얼거림으로 일찍 나오긴 했지만 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장을 보고, 나왔는데 택시가 안 잡히는 거다!!


추운 날씨에 손도 얼고 한 시간 정도 밖에서 덜덜 떠니 직원분이 왜 밖에 있냐고 해서 택시 잡는다 하니 이 시간에 택시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절망..

민제는 캐나다 괜히 왔다고 다시는 코스트코에 오지 않겠다고 소리 질렀다.


걷는 것도 걷는 거지만 장을 너무 많이 본 지라.. 너무!!!무거워서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짐들을 머리에 이고 걷기 시작했다. 큰 다리도 건너고, 찻길도 건너고, 풀밭도 건너고 민제에게 "광야"를 설명해주며 걸었다.


"민제야 하나님은 광야를 주셔.이렇게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길이야. 하나님밖에 의지할 수가 없어 이 광야는 불행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님과 진하게 만날 수 있고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야!!"


지킬 게 있는 사람은 강한 법! 한 시간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전투적으로 걸었더니 사십 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광야치고 짧지만

급하게 사 온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민제는 그 길을 광야길이라고 부른다. 광야라 하기에 짧았지만, 사실 어른인 나조차 막막하고 힘들었고 걷는 내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견뎠다.


또 가장이라고 가장 큰 무게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남편을 보며 견디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곳을 가면 수업료가 든다. 아무리 꿀팁이 많아도 몸으로 돈으로 몸소 겪어야 하는 일들이 반드시 있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영어공부를 하고 영화를 보았다. 캐나다 음식에 길을 들이기 시작했다.. 나의 동네가 나의 집이 익숙해진다.


이곳이 지금 내가 있는 곳이다. 내 자리이다. 이곳에서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나의 가족들과 말이다.. 흐르는 대로 살지 않을 거라 다시 다짐한다. 또 애써 살 것이다. 또 살아낼 것이다. 나의 하루하루로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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