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부피 줄이기~

소박한 삶을 꿈꾸며...

by 예쁜손

한해의 끄트머리에 서면 나는 항상 그해의 묵은 짐들을 정리하곤 했다. 집안 공간이 협소하기도 했지만 새해를 맞이하기 전 마음을 다잡는 내게는 연례행사이다.

이런 습관은 마음이 많이 복잡한 한, 두 해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럴 때는 혼자 지내는 것이 참 편하다. 호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내키는 시간에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중간에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 좋고 언제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면 된다.

오늘도 늦은 점심을 먹고 아메리카노 한잔에 에너지를 충전해 정리 모드로 돌입한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한해 내가 사들인 물건들을 보며 내 소비 패턴도 알 수 있고, 알게 된 정보로 다음 해에 내 기준에서 좀 더 바람직한 소비를 지향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

나는 옷을 참 좋아했다. 좋아하는 것과 소비로의 연결 차원이면 과거형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여유자금이 생기면 젤 먼저 옷을 구입했다. 나름 센스도 있었고 별다른 여가생활이나 취미 생활이 없는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 준비를 마치고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거울 안에 낯선 중년 여성의 얼굴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새롭고 화려한 옷들로도 치장할 수 없는 발가벗은 나의 내면이 거울 속에 비치고 있었다.

헛되고 헛되도다까지는 아니어도 그 후 새 옷들에 대한 열정이 시큰둥함으로 바뀌었다.


지난 연말에 검소한 소비를 다짐하고 한해의 해묵은 짐을 정리했는데도 올 한 해도 불필요한 것들이 어김없이 나온다. 난 옷 이외에는 쓸데없는 것을 사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옷도 관심을 끊었다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옷장에 해마다 정리하면서도 이것은 내 생일날 아들이 사준 셔츠, 이것은 내가 몇 달치 용돈을 모아 산 코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컬러의 스웨터...

이런 식으로 물건에 이야기와 의미를 붙여 해마다 정리 못하고 미룬 물건들이 옷장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올 해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아들이 선물한 것이라도 내 기준으로(1~2년) 안 쓴 물건은 과감히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기까지가 어렵지 한번 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순식간에 분류가 끝났다.

사실 얼마 전부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편한 옷이나 소지품만을 지니고 다녔지 다른 물건은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없어도 될 것을 끌어안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년이면 쉬흔 다섯이다. 앞으로 살아온 날들보다는 남은 날들은 당연히 짧을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소유품들을 둘러본다.

무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보다는 욕심 없이 필요한 것만 챙기고 산다고 여겼었는데도 많이 넘친다.

2008년 영화 버킷리스트가 개봉되면서 우리는 한때 자신의 버킷리스트를(죽기 전 하고 싶은 것의 목록) 작성하는 것이 유행 인적이 있었다.

나는 작년인가 재작년쯤인가... 그때도 이 맘 때로 기억된다. 한해, 한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서글퍼지는 때, 물건을 정리하며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해 놓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내 처음 계획은 근사한 거랑은 거리가 멀다. 그냥 나 떠난 뒤 아들이 편하게 정리하고, 나를 추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짐만 남겨놓기가 내 버킷리스트의 1번이다.

그다음으로는 아들이랑 여행 가보는 것...

그 이상은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걸로 진심 충분하다...


나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내 삶이 주어진 기간 동안은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닌데, 나도 이젠 나잇살이 붙나 보다. 달콤한 디저트, 인스턴트 음식 멀리하고 체중이 불어나면 즉각적으로 체중조절에 돌입한다.

건강하게 살아보려니 사는 날까지는 조절이 필요하다.


참 나는 나의 삶도 건강하게 늙기 원한다.

삶의 부피는 슬림하고 가볍게 나잇살 없이 자~알 늙고 싶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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