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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Mar 07. 2024

글을 쓰는 이유

에세이 : 나는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쓴다.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풍경 속에 담긴 수많은 사람을 바라볼 때면 이상한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어떤 한 사내는 눈이 부신다며 찡그리고, 다른 사내는 눈이 부시게 날이 좋다며 눈이 휘어지게 웃고 있었다. 세상은 같은 풍경을 보아도 각기 다른 감정을 품고 뱉는다. 세상은 사람과 같다.


내가 세상을 볼 때면, 순간적으로 수많은 감정이 내게서 피어오르고 그것 중에 순간적으로 마음에 드는 감정을 골라 뱉는다. 그것은 타인에겐 나의 기분으로 비치겠지만, 사실 나의 기분과 생각은 어떠한 한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다채로워 담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언어를 보며 나를 판단하고 재단한다.


 그들의 말속에 자신을 가두기엔 우리의 색은 너무 다채롭다. 또한 내가 다채로운 만큼 타인도 다채롭다. 우리의 다채로움과 그 다채로움 만큼이나 다양한 모순을 그리며 글로 남겼다.


 이 글들은 누군가에겐 자신이 살며 지나치던 생각에 대한 이야기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소설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짧은 삶을 살아가며 한 번쯤은 스쳐지나 보냈던 감정들에 살을 붙여 글로 풀어내면서 알 수 없는, 알 수 없을 감정을 매일 같이 마주했다. 그 순간들을 직면할 때마다 날카롭게 밀어닥치는 현실이라는 이름에 좌절과 외로움, 공허감을 느낀 채로 글을 적어 내려갔다.


 하지만 그 글의 끝에선 현실을 밟고 하늘을 보며 이상을 꿈꾸는 한 사람이 있었고, 현실과 이상은 떨어질 수도 떨어뜨릴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현실을 느끼며 이상을 바라보는 나는 항상 우울감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그럴 때마다 감각은 날카로워졌다. 날이 선 감각으로 다시금 눈을 떴을 땐 되레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그 속에 있는 슬픈 이야기들이 들렸다.


 다양한 사연들을 바탕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비슷하고도 다른 감정을 경험하고, 그 바탕으로 또다시 살아갈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 슬픔의 다채로움이 더 이상 애처롭게 느껴지지 않았고 다들 경험을 딛고 살아갈 날을 글로 그리며 순간의 감정들을 소설로 남겼다.


알듯 말 듯 한 우리들의 삶.


 모순조차 아름답고, 슬픔조차 황홀한 이 세상에 다양한 결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도 궁금했다. 결국에 얻은 답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 알 수 없는 감정의 글들과 우리의 삶은 너무나 닮았다. 그래서 그것들 모두가 우리일 것이고 자신일 것이라고 자부한다. 나의 글들은 분명 소설이자 이야기고 나의 이야기이자 당신의 이야기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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