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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고백

E인 줄 알았어요

by 정린 Mar 16. 2025

금요일 아침, 출장길에 오르며


금요일, 주말을 앞두었다는 희망으로 출장을 떠났다. 집에서 텀블러에 담아 오는 모닝커피와 내가 고른 책을 읽을 생각에 어수선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다. 이 순간을 기록하자는 기운까지 솟아 평소에 글을 잘 쓰지 않는 아침시간에 글을 쓴다.

출장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무례한 사람을 상대해야 할 때면 미팅을 잡는 순간부터 불편하다. 하지만 요즘은, 또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 자체가 재미와 배움이 된다.


나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다, 얌전하다, 새색시 같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는데 요즘은 "E인 줄 알았어요"라는 얘기를 가끔 듣는 게 신기하다.

"내성적이다", "얌전하다" 등의 말은 때로는 상대방이 내 인상에서 풍기는 '느낌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했다. 평생 첫 선생님이었던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새색시 같다"라고 불러준 것은 '칭찬'으로 들렸다. 왜냐하면 한 달에 한 명씩 주는 '착한 어린이상'도 주시고,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던, 비 내리던 어느 날, 일하느라 데리러 오지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 우산을 씌워 집에 데려다주기도 하셨던 분이라는 기억이 있기에 형성된 신뢰인 것 같다.

그 기억은 내 안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마치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속, 사랑으로 보살핌을 받았던 소녀처럼.




말이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하지만, 또 다른 친척은 집에 어른들이 없을 때 찾아와 무언가 질문을 했고, 내가 답을 못하자 "왜 말이 없니?"라는 말을 던졌었다. 내게 본인의 의문을 풀어주길 기대했으나, 평상시에도 무례한 어른이었기에 질문에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나를 '타박'하는 말투였다.

당시에 내 감정은 타박하는 상황에 대들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했던 것 같기도 하다.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내가 덜 불편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나마 느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는 어떤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완전한 신뢰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쑥스러웠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라서 혹은 내가 말하는 것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고 맞는 말인지도 몰라서였던 것 같다.

그런 태도가 상대방의 나에 대한 요구에 따라 "말이 없음"이 칭찬이 되기도 하고, 타박이 되기도 했던 것 아닐까?



나는 결국 I형 인간


떠들지 않고 시키는 숙제를 해오는 학생이 편한 선생님께는 착한 어린이, 묻는 말에 답을 구하지 못한 친척 어른에게는 말도 못 하는 아이로...

지금까지의 결론은 나는 I이다.
소수의 신뢰하는 사람들과만 만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휴일에 혼자 쉬는 것도 행복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성향이 동기가 되어, 모르는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깨닫는 것이 생긴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두려움과 낯섦에서 오는 불편도 덜해졌다.

그리고 사람은 다양하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사람이기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 또한 존중받는다는 믿음도 배웠다.


관계에서 배운 것들


오히려 늘 마주하는 같은 세상의 사람들은, 선생님처럼 나를 북돋워 주기도 하지만 친척 어른처럼 무례하거나, 목적에 따라 이용하려 하거나, 뒤통수를 치는 방법도 잘 알기에 겉으론 아는 사이지만 속은 모를 사람들이 더 많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식상한 말이지만, 실상은 일상에서 더 자주 실감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불합리하거나 불편한 상황에서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처럼 순간적으로 주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번 주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세상은 여전히 넓고 배울 것은 많다.
그리고 주말, 나는 다시 나의 방, I의 세계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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