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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Oct 30. 2022

붕어찜, 어죽, 생선국수, 그중에 으뜸은 도리뱅뱅

뙤약볕 아래 땀 줄줄, 얼굴이 발갛게 익어간다

나는 경 127°29′~ 127°53′, 북위 36°10′ ~ 36°27′에 위치한 내륙 산간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바다도 없고 너른 평야도 없고 산이 많은 이곳은 다른 지방에 비해 먹거리가 적은 편이다.


그나마 금강 물줄기를 따라 민물고기로 만든 음식들을 파는 식당들이 꽤 있다.

언제부턴가 금강 물줄기를 따라 발전된 향토음식이라며 어죽과 생선국수, 도리뱅뱅을 소개하는 방송과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먹던 친숙한 음식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을 보며 반가우면서 신기했다.

여름이 되면 가족들과 어죽이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녔고 생선국수와 쏘가리매운탕을 잘하는 집이 있으면 생선과 고기를 즐겨 먹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비린 것을 먹지 않는 엄마도 어죽과 생선국수는 좋아했다.


“아이고, 저 녀석 또 난리네. 너 이 녀석 그만 후정거려?”

집 앞 또랑(도랑) 가에서 빨래를 하던 아줌마들의 소리가 들렸다.

난 저 녀석이 서 있는 곳을 쳐다봤다.

‘에고, 그럼 그렇지! 오늘도 또 혼나겠다.’

그 녀석은 다름 아닌 작은 오빠였다.

동네 아줌마들의 꾸지람은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았다.


아침이 되면 오빠는 눈을 뜨기가 무섭게 집 앞 또랑가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깨에 활채(반두를 활채라고 불렀다)를 메고 집을 나섰다.

오빠가 집 앞 냇가로 가면 나도 빨랫비누 한 개와 바가지를 챙겨 부리나케 따라나섰다.


오빠는 냇가 위쪽에서 물고기를 잡고 나는 아래쪽에서 비누로 빨래하는 흉내를 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한 여름의 놀이였다.

아줌마들의 지청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빠는 물고기 잡는 것에 열중을 하였고

나는 가지고 간 비누 한 장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물가에서 나오질 않았다.


빨래 놀이가 슬슬 지겨워질 때쯤 오빠가 잡은 물고기를 보여주며 오늘의 놀이가 끝났음을 알렸다.

묵직한 양동이를 들고 활채를 어깨에 멘 오빠와 나는 활짝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오빠가 잡아 온 물고기를 보며 살아 있는 짐승을 자꾸 해치면 안 된다 라며 늘 타박을 했지만 그 물고기로 여러 음식을 해 주었다.


청양고추와 고추장을 듬뿍 넣어 붕어찜을 해 주었고, 뭉근하게 끓여 어죽을 해주었고, 기름에 바싹 튀긴 도리뱅뱅도 해 주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도리뱅뱅을 가장 좋아했다.


집 앞 냇가는 깊지 않아 피라미나 모래무지, 버들치 등을 잡았다. 피라미로는 주로 도리뱅뱅을 해 먹었고

다른 물고기로는 어라면이나 밀가루 반죽을 해서 고기 튀김을 해 먹기도 했다.


엄마가 샘가에서 생선을 손질할 때 오빠와 나는 마당에 열기구를 갖다 놓고,

앉을자리를 만들고, 먹을 준비를 하며 엄마를 기다렸다.


깨끗이 손질한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돌려 담아

피라미가 잠길 정도로 기름을 넉넉히 부어 튀기듯이 구워준 다음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과 생강, 다진 파, 간장 조금, 물엿, 참기름, 참깨를 넣고 만든 양념장을 피라미에 골고루 꼼꼼히 바르고 약불에서 양념장이 타지 않게 바싹하게 익혀 통깨를 솔솔 뿌려 먹으면 된다.


가시를 제거할 필요 없이 통째로 먹는 도리뱅뱅은 한 입 먹으면 “으악!”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말 맛있어!”

나는 한 마리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첫맛은 바삭바삭, 부들부들한 살, 고추장의 달큰함, 기름의 고소한 맛.

기름에 튀기듯 조리하여 민물 특유의 흙내도 나지 않고 생선 비린내도 나지 않아 먹는데 부담이 전혀 없는 맛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겉바속촉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한 여름 마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오빠와 함께 먹던 도리뱅뱅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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