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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섬여행: 욕지도와 소매물도 D1

(2020.03.29) 진주성을 거쳐 통영 동피랑 마을과 삼도수군통제영

by 이재형

국민들의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총리의 담화를 따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한 켠에 가지며 섬 여행을 위해 집을 출발하였다. 몇 년 전부터 계획한 우리나라 섬 여행의 첫출발이다. 2월 말부터 몇 번이나 떠나려 마음먹었으나, 번번이 코로나 19 때문에 주저앉았다. 날씨도 따뜻해지고, 꽃도 피고 하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자! 출발이다!


당초 혼자 여행하려 했는데, 집사람이 따라온단다. 2-3일간 여행하겠다고 하니 부득부득 당일치기로 하잔다. 난 숙박을 해야겠으니 따라오든지 말든지 하라니까 그제야 따라나선다.


이번 목적지는 남해에 있는 <욕지도>이다. 통영에서 배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섬이다. <욕지도>엔 오래된 기억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5월쯤, 아버지께서 이번 여름방학에 한 달간 욕지도에서 보내자고 하셨다. 집이 대구라서 섬이라곤 구경도 못한 나는 여름방학 한 달을 섬에서 보낸다는 꿈으로 방학까지 몇 달을 가슴 설레며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여름방학이 되어서는 아버지가 사업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하여 결국 <욕지도>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욕지도>는 늘 내게 꿈의 섬이었다. 50년도 더 지난 오늘, 바로 그 욕지도에 가려고 지금 집을 출발한 거다. 형편을 봐 가면서 소매물도도 가보려고 한다.


날씨가 따뜻하다. 완연한 봄날이다. 차 안은 덥기까지 하다. 창문을 조금 열고 달린다. 잠이 쏟아진다. 집사람과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세종시에서 통영까지는 240킬로. 가는 도중에 있는 진주에 들르기로 했다.


10시 반쯤에 집을 출발해, 진주성에 도착하니 오후 1시쯤 되었다. 진주 남강 옆에 자리 잡은 진주성은 아늑한 느낌의 성으로 남강의 풍경과 아주 잘 어울렸다. 아름다운 성이다. 성을 둘러싼 성벽은 생각보다 낮았다. 2미터 조금 넘어 보였는데, 적을 막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취약한 성벽을 의지하여 왜군을 격퇴한 우리 선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촉석루는 진주성 안, 남강 옆 가장 경치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아주 크고 아름다운 정자이다. 촉석루에 오르니 저 아래 논개가 왜장 케다니를 끌어안고 순국했다는 의암(義岩)이 보인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미심쩍지만 구태여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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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진주 맛집으로 <하연옥>이란 냉면집이 유명하다 한다. 찾아가니 코로나 19가 무색하게 정말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냉면집 주차장은 물론 그 일대가 전부 냉면집 손님들의 주차로 몸살을 앓는다. 냉면집 앞마당에 대기 손님이 백 명은 넘는 것 같다. 포기하고 <진주중앙시장>으로 갔다. 시장 안을 둘러보다가 복어국 식당을 발견했다. 아주 좋았다.


통영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예약한 호텔은 통영항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방 안에서 통영항 전경이 펼쳐 보인다. 바다는 정말 좋다. 가슴이 탁 트인다. 통영항과 통영 시가지, 그리고 먼 곳에 보이는 섬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이루고 있다. 이름이 호텔이지 밖에서 보기엔 모텔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들어와 보니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있다.


통영에서 선택한 관광 스폿은 3곳, <동피랑 마을>과 <삼군수군 통제영>, 그리고 <충렬사>이다. 네이버 맵을 보니 모두 도보로 가능한 거리다. 먼저 동피랑 마을로 갔다. 통영의 대표적인 달동네를 젊은이들과 주민들이 합심하여 통영의 명물 관광 스폿으로 만든 곳이다. 집들의 벽과 담장에 벽화를 그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곳이다. 지금은 통영 제일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산비탈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며 보니까, 대부분 카페, 기념품점, 식당 등 업소로 바뀌고 막상 주민이 주거하는 집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주민들의 삶의 조건이 열악한 마을을 바꿔보려고 젊은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마을을 재탄생시켰고, 이것이 유명해져 관광명소가 되었으나, 결국은 주민이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이다. 그래도 이 마을을 떠난 주민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게 되었을 거라는 점은 또 다른 위안이다.


<삼군수군통제영>으로 갔다. 이곳은 말하자면 과거 조선의 해군참모총장이 집무를 보던 해군 총사령부에 해당한다. 임진왜란 이 전에는 조선 수군이 충청, 전라 좌, 우, 경상 좌, 우의 5개 수영으로 나뉘어 각자 독립된 지휘체계로 운영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경상수영이 괴멸됨으로 인해, 통합적 작전체계를 위해 삼군수군통제사를 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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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 풍경

초대 삼군수군통제사는 잘 아시다시피 이순신 장군이다. 이곳 삼도수군통제영은 그 본부인데, 임진왜란 이후에 건설되었다. 따라서 이순신 장군은 여기서 근무한 적이 없다. 중심 건물인 세병관에서 내려보니 통영항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좋은 자리에 위치해있다.


시간이 늦어 충렬사는 포기하였다. 삼군수군통제영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통영중앙전통시장>이 잇다. 이곳은 싱싱한 해물로 유명한 곳이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섬 여행 다음으로 가대한 것이 바로 <통영 다찌>이다. 아니 오히려 섬 여행보다 <다찌>가 더 우선이었는지 모른다. 다찌는 그때그때의 제철 해물을 주인이 알아서 준비하여 손님들에게 안주로 내어 놓는 곳이다. 술꾼들에겐 가히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다. <다찌>란 아마 간단히 서서 마시고 가는 일본의 다찌노미(立呑)에서 온 말인 것 같은데, 소박한 안주의 일본 다찌노미에 비한다면, <다찌>의 안주는 푸짐하기 짝이 없다.


문제가 생겼다. 집사람이 다찌에 가지 말고 그냥 회나 사서 호텔에 가서 먹자는 거다. 속이 부글 끓지만 어쩔 수 없다. 중앙시장에서 멍게, 해삼, 참돔, 우럭 회를 뜨고, 편의점에서 소주, 맥주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아주 싱싱한 회라서 맛은 있었지만, 다찌의 다양한 요리를 맛보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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