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키토네 Nov 30. 2021

차일드 포즈

Balasana / Child pose


고양이 레오는 참 잘 잡니다.

동그랗고 납작하게.

편안한 포즈를 하고 평화롭게 잠든 고양이 레오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한숨 자고 싶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불면의 예민한 당신에게도 이 포즈를 권해봅니다.




차일드 포즈

Balasana / Child pose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쉬는 모습을 형상화한 자세.


이 자세는 쉬는 자세이다.

동작과 동작 사이, 타임아웃의 시간, 말 그대로 아기처럼 쉬는 자세이다.

무릎을 꿇고 앉아 상반신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팔은 앞으로 뻗어도 되고, 반대로 발 끝 쪽으로 손 끝을 향해도 된다.


실은 아직까지도 완벽하지 않은데,

내게 있어 의외로  되지 않는 자세가 바로 것이다.


다른 포즈에 있어서는,

유연한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유연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누구에게는 제일 쉬운 자세일 수 있는 이 자세는 처음부터 잘 안 되었다.


허리와 등과 팔의 힘을 빼고 엉덩이를 내려놓고 쉬기만 하면 되는 이 자세가 제일 어려운 자세라니.


어깨를 내리면 엉덩이가 들리고,

엉덩이를 내리면 등이 조금 들린다.



요가와 만나기 전,

등과 허리가 아파 찾은 물리치료센터에서 화타와 같은 한 치료사와 만난 적이 있다.

이 전부터 허리는 종종 아파봤지만, 등은 딱히 그렇지 않았던 부위라 등의 통증이  당혹스러웠던 때였다.


몇 차례 치료가 지속되면서 편안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적확한 케어와 언어에 신뢰감이 들어 등에 대해 질문을 했었더랬다.


그때 화타 선생 왈,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키키토네 씨로서는 아무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해도,

지금 저와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 조차도.

실은 얼마 간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일 거예요.

오랜 이런 환경 속에서 등근육의 긴장은 실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라요.


원인을 알았다 생각하면,

나은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좀 괜찮아진다.


지금 사는 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 아니고,

따라서 이른바 외국어를 사용하며 사는 매일이다.


나는 언어를 좋아하고,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어 전달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좋아한다고 긴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세심하게 고르고 골라 사용하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비단 언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는 긴장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은 느긋한 면이 꽤 있고,

필요한 상황이라면 대중 앞에서도 그리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하고 못함과 별개로 누구 앞에서도 그렇게 많이 긴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늘 여기고 살았는데.


어쩌면 늘 일정의 긴장 상태로

긴장하지 않은 척 스스로도 속을 만큼 긴장하며 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내 작은 미션 하나는

불필요한 긴장을 내려놓는 것.

그 증표로 지금은 닿을락 말락 하는 내 엉덩이가 조만간 발꿈치에 편안히 닿기를.




미션 클리어를 위한 자가 관찰 하나.


여러 날 관찰한 결과,

아마도… 견갑골 안 쪽 깊은 곳의 근육이 굳어 있는 것 같다.

농담을 한 스푼 부어 이야기하자면,

마치 돋아 나오려다만 날개가 구겨진 채 뭉쳐있는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아기 천사의 날개를 잘 펴서 꺼내 볼 것.

어쩌면 날 수 있을지도 모름.


#고양이와 요가를



이전 09화 발가락 펴기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