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MASANA (Pearl shell
고양이 레오가 가끔 이상하게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앉아있을 때가 있습니다.
왜 저렇게 앉아있을까 싶다가도
의외로 편안한 것이 아닐까 따라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는데,
요가에서는 이를 진주조개 자세(다른 이름으로 거북이자세)라고 한답니다.
내추럴 본 요기 레오 군은 역시 하나 허튼 움직임이 없습니다.
진주조개 자세
KURMASANA / Pearl shell pose / Applied Tortoise pose
요가를 하며 느끼는 좋은 것 중 하나는
무심히 집중하고 있을 때 조금씩 조금씩 내 몸의 공간이 늘어나는 감각이다.
몸 안에서 느껴지는 공간의 자각.
얼마 전, 금속공예 작업을 하던 S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하나의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놋쇠를 몇 날 며칠 밤새 두드린단다. 사실 이는 퍽이나 지루한 작업인데, 그 지난한 작업을 하다가 딱 맞는 접점에서 금속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남이 느껴지며 비로소 그 순간에 몰입하게 되는 지경이 온단다. 그렇게 그 힘으로 무념의 두드림의 밤이 지나고, 하나의 금속 덩어리는 넓고 깊은 커다란 그릇이 된다.
작업을 직접 해 본 것이 아니라 꼭 같은 기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맞아! 했다
몸을 펴고 구부리고 숨을 고르는 단순한 작업 중에서
그 균형점에 가까워질수록 가만히 가만히 다가오는
내 몸 안의 공간이 아주 아주 조금씩 조금씩 팽창하며 확장되는 느낌,
때로는 그것은 아주 평평하고 무한한 선이 된다.
어떤 난이도 높은 혹은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되는 성취감이 아니라.
몸에서 바로 자각되는 그런 기분 좋음이
다시 요가매트 위에 서게 하는 원동력이다.
바라봄과 기분 좋음은
어느 쪽이 선이고 어느 쪽이 후라고 할 수 없이
서로를 지지해 주는 힘이다.
모든 것에 일방적임이란 없다. 알게 모르게 쌍방으로 작용한다.
자, 오늘은 편안하게 앉아.
새해맞이, 이름도 예쁜 진주조개 자세를 해보자.
먼저, 바닥에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앉아 발바닥으로 합장을 하듯 마주한다.
상체의 힘을 뺀다.
늘어뜨린 양손은 몸 앞 쪽으로 뻗어 종아리 아래를 지나 발등을 감싸 잡는다.
상체를 점점 다리 쪽으로 내려놓는다.
상체의 무게를 팔과 다리에 맡기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깊이 내쉰다.
많이 구부리고자 열심히 하고자 하지 말고.
힘을 빼고 이완하면 할수록 몸은 점점 바닥으로 다가간다.
과연 구부러질까 싶을 만큼 딱딱하던 몸이라도
숨을 제대로 쉬면 쉴 수록 말랑해지며
오늘이 아니라 혹 다른 날이라도, 내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바닥에 몸이 맡겨진다.
포인트는 등이나 허리를 구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나를 받쳐주고 있는 땅을 믿고, 숨을 깊이 쉬며 내려놓기.
조개가 외부의 이물질로 인해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이물질을 녹여 없애기 위해 체내에서 강력한 소화액을 내뿜는다. 그 소화액이 쌓이고 굳으면서 이가 진주가 된다고 한다. 고로 아름다운 진주의 핵에는 아픔과 상처가 있다.
생명체에게 있어, 상처란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면 곪아 썩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열심히 소화시켜 다른 존재로 거듭날 수도 있는 기회다.
물론 생명이란 반드시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나게 된 이물질을 자신의 힘으로 소화하고자 애쓴 흔적이기 때문에
그토록 빛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 계속해서
숨 쉬는 것을 멈추지 말고,
내 껍질과 내 상처와 그 몹쓸 이물질이 느껴진다면 무심히 들여다보자.
호흡이 편안해지면
내 등껍질이 부드러워지고.
바닥이 깊숙하게 다가온다.
가만히 가만히 숨을 쉬며 내 몸이 늘어남을 느끼고 있노라면
작은 아기 조개였던 내 몸은 깊어지고 넓어져 진주를 품은 커다란 조개껍질 그릇이 된다.
이물질일랑 진주알일랑 애초부터 없었으면 좋은 것이지만.
모래 많고 자갈 많은 바닷속, 이물질과 안 만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바닷속 많은 모래알 수만큼이나 수많은 조개들 중 하나가,
상처가 생긴 조개 하나가 살겠다고 힘내어 진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썩고 곪아 악취만 날 수 도 있었는데, 이쁜 것이 만들어지니 그만 다행이다.
언젠가 그것이 이쁨을 알아본 누군가 탐내는 이가 있다면 기꺼이 떼어주리라.
2022, 새해입니다.
달력의 숫자가 바뀌었다고 어제와 오늘에 어떤 선이 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 번씩 자신을 추스르고,
한 번씩 마음을 정렬해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모두
새해 새 마음이 커지고
지녔던 마음은 더 깊어지고
보기 싫은 마음은 툴툴 털고
더욱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길!
마음의 상처가 없었던 당신이라면
앞으로도 무탈한 안녕을 축복하고
상처에 아파본 적이 있는 당신이라면
당신의 상처가 힘내어 만들고 있는 진주가 더욱 아름답기를 축복합니다.
#고양이와 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