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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언니 Jan 04. 2024

직업을 묻는다면 독서모임 하는 백수랄까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_최인아

독서모임 호스트로 활동하면서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나랑 같이 독서 모임을 하는 분들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나에게도 직업을 묻는다.

작가님이세요.


잠시 잠깐 멋쩍게 웃어넘길라치면 옆에 있던 독서 호스트이자 마케터이신 온이님이 나를 작가라고 소개한다. 속마음은 '제발 그냥 넘겨줘'라고 생각하며 더 멋쩍어한다. 그때는 출간을 앞두고 있다가 결이 맞지 않아 계약이 뒤집어진 상황이었다. 덩달아 집필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으니 실은 작가라고 얘기하기도 낯부끄러웠다.


요즘은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조금 난감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기엔 직업이 아니고, 작가라고 얘기하기엔 전투적으로 집필활동을 하거나 책을 출간하지 않아서 말하기도 민망하다. 독서모임 호스트라고 얘기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새삼 느끼지만 나도 참 민망할 것도 많다.

 송길영 작가님은 마인드 마이너라는 명칭을 스스로가 만들어서 10년 동안 쓴 후에야 인정받았다고 한다. 자그마치 10년이다. 마인드 마이너라는 말이 궁금해서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봐도 직업에 대한 내용이 없더니만. 이런 비하인드를 작가님의 북토크에 가서 알게 됐다. 나도 나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말을 만들어야 되나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생각나는 게 없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말이라면 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나에게 가장 적합한 말인 것 같다. 사실상 독서 모임 하는 백수지만.


어느 날 독서모임에 관련된 원고를 집필할 때 목차 제작에 도움을 주었던 작가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필 활동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에세이스트로 활동할 때 알게 된 작가님이다 보니 나를 끝까지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이었다. 요새 각자의 상황을 둘러보며 우리가 일 년 뒤에는 얼마만큼 성장했을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낌없이 자신에게 투자했을 때 쌓인 결과물들이 궁금했다. 내가 멈추지 않듯 그도 멈추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서로를 응원했다.

'그저 썼다'라는 이 말이 그날 제게 굉장히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냥 했다, 그저 썼다는 말들! 이건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하거나 썼다는 뜻이 아닙니다. 잘 풀리든, 그렇지 않든, 잘 될 것 같은 희망이 보이든 그렇지 않든, 결과가 나오든 그렇지 않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도전과 시련에 지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했다는 뜻이죠.

최인아 작가님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과 함께 묵묵하게 우리의 할 일을 하자고 얘기하니까 온 답이었다.

그는 내게 답했다.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길이라고. 자신이 길을 의심하지 않고 나아가자고.


그 말에 더더욱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확신이 생겼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고, 업이 된 일을 사랑하는 것. 여전히 누군가 나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책을 좋아하는 백수라고 얘기하겠지만 책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변치 않는다. 옛날에 나는 독서모임을 하기 전에 에세이스트로 활동했었다. 어떤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기보다는 생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저 글 쓰는 것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달려 나가 그 결과를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던 적이 많다. 그 당시에 다짐은 글을 출간하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목표였겠으나 지금은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길의 끝을 보고 싶다.

내가 운영하는 책방은 없지만 내 모임에 와주셨던 게스트님이 드로우 앤드류님에게 받아주신 친필 사인본 도서다. 내 배경화면으로 저장해서 두고두고 보며 마음을 굳게 먹고는 한다. 글의 끝이 오게 되니 나도 송길영 작가님처럼 나만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문구를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이 걸릴지라도 마침내 인정받게 되는 그날까지.

만들어내겠다.
동네언니가 브랜드가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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