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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월 whalemoon Nov 30. 2020

타인의 한숨소리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땅이 꺼지는 게 아니라 내가 꺼질 것 같다

난 숨을 잘 못 쉰다.

부정맥도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무언가에 집중을 하거나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숨 쉬는 법을 까먹게 된다. 들숨일 때 배를 내미는 거였나? 날숨일 때 내미는 거였나? 이렇게 가끔 숨을 쉰다는 무의식적인 행위가 나에게 의식적인 행위로 왔을 때 폐 깊숙하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어야 조금 괜찮아지고 다시 숨 쉬는 것에 익숙해진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숨 쉬는 것도 의식적이었으면 살지 못했을 거야.'라고 말할 만큼 게으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해오던 이 말을 정말 내 뇌가 받아들인 것인지, 끝없이 깊어지는 생각에서 빠져나오라고 숨을 쉬게끔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한숨과는 다르다. 복식호흡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일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을 떼 한숨을 내쉬기는 한다. 오늘 하루 너무 지쳐서, 너무 힘들어서, 우울함이 증폭하면서 작게나마 '하-'하고 내뱉기는 하지만 잘 쉬지 않으려고 한다. 내 한숨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굉장히 존경했던 아티스트 중 故 종현이 작사 작곡하고 이하이가 부른 '한숨'이라는 노래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노래 가사에 나오는 '한숨'은 내가 깊게 숨을 들이셨다가 내뱉는 것과 비슷한 형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으로 학자들이 발견했다고 말하던 '뇌에서 지시를 해서 시계처럼 거의 정확하게 일정 시간에 한 번 꼴로 나온다'라는 그 '한숨'이 아닌 '깊은 한숨'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어쨌든, 난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행위를 꽤나 자주 하는 편이다.


주변에 정말 습관적으로 나와 다른 한숨을 쉬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5분에 한 번 정도 세상의 짜증남을 모두 담아 한숨을 쉰다. 그러면 '아 오늘 저 사람이 많이 힘들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한숨의 정도가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우, 그 한숨은 나에게 옮아온다. 내가 행복한 기분이었어도, 우울한 기분이었어도 그 한숨은 한 공간에서 공기 중에 섞여 내 귀에, 내 입에, 내 머리에, 내 폐에 들어온다. 숨 쉬는 법을 또 까먹게 되고 나도 한숨을 쉬게 된다.


이해할 수 있다. 나도 한숨을 많이 쉬던 시절이 있었고 어른들은 늘 나에게 '그러다가 땅 꺼지겠다.'라고 말을 하던 때가 있었다. 우울해지면 그 우울감으로 지구의 내핵까지 파고 들어갈 것 같은 나로서는 '차라리 땅이 꺼져서 지구 내핵에 박혀버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잦은 한숨이 남에게 전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 한숨이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걱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생긴 좋지 않은 버릇은, 기분이 좋지 않고 힘들어서 한숨을 쉬고 싶을 때는 담배를 피우게 된다. 철없던 시절 - 사실 지금도 철은 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철이 들 생각은 없다 - 유치하고 오글거리지만 '담배 연기는 내 한숨을 눈으로 보여준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그 생각에 여전히 동의를 하고 있다. 흡연자들이라면 공감할 테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복잡하거나 지칠 때 술보다도 먼저 생각나는 담배. 담배 한 대를 태우면서 깊숙하게 숨을 마시고 '후-'하고 내뱉을 때 날아가는 연기에 '그래, 그래도 해보자. 이놈의 담배를 좀 끊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나도 담배를 끊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한숨 쉬기 위해서,라고 말을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흡연자의 변명처럼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누군가의 한숨은 위로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한숨은 땅을 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꺼질 것만 같다. 평소 남의 눈치를 잘 보지 않는 나지만 왜인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만 같은 그런 공간에서 불안증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심장은 두근두근 거리고, 손에 땀이 흥건해진다. 빨리 그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고 지쳐간다. 결국 곧 다가올 공황발작에 대비해 약을 한 알 삼킨다.


사실 한숨은 타인을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치게 한다. 한번 터져 나온 한숨은 뭔가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된다. 한숨이 쉬고 싶다면 차라리 숨을 깊게 마시고 내뱉으면 얕은 한숨보다 조금 더 도움이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오늘도 타인의 한숨으로 인해 꺼질 뻔했던 나를 겨우 구해냈다. 내일은 꺼지지 않고 활활 잘 타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무의식적인 한숨이 남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


다들 내일은 한숨 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자꾸 한숨 한숨 했더니 어떤 한숨이 어떤 한숨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은 하루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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