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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Nov 03. 2024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은경이가.

일요일만 되면 왜 이렇게 무기력해지는지…
아무것도 하기 싫구 TV도 싫고 음악두 싫구 그냥 누워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기만 하고, 내 나이 한창 좋을 나이 아니니? 근데 왜 난 이렇게 살까. 그냥 집에서 편하게 있다가 누구를 만나러 나갈 때 신경 쓰는 것도 싫고, 친구가 좋다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때도 많구.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 싶지만 너무 멀리 있어 볼 수 조차 없고, 문득 이런 내가 싫어져.

오늘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그냥 울어버렸어.
웃음은 참을 수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참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눈물만큼은 참을 수도 없고 억지로 짜내려 해도 나오지 않아. 이상도 하지. 울고 싶을 땐 맘껏 울어야 해. 눈이 붓도록 코가 맹맹하도록 너무 서러워 가끔 숨이 막히기도 할 때까지. 우는 동안 자신의 슬픔에 충실하는 거지. 날 왜 이렇게 만드신 걸까. 나를 이렇게 만든 게 신인지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은 나눌 건 나누고 갖출 건 갖출 수 있게끔 해주지. 신은 공평하다두만 것두 아닌가벼. 나를 보면.

가끔은 울고 싶지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을 때가 많은데, 특히 우리 엄마, 아빠 앞에서 우는 모습은 보여드리기 싫은데 것조차 참을 수 없으니…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가 고파. 그래서 지금 과자 먹고 있는 중이야. 초코칩 쿠키, 살찔게 은근히 걱정되긴 하지만은 배고픈 거 먹고픈 거 참지 못하는 성질이라서, 그래서 난 다이어트도 맨날 실패하잖아. 작심 3일이라도 가면 다행이게? 작심 3시간이면 땡이다. 예전엔 내가 다이어트로 고민해도 지금의 네 모습이 제일 보기 좋다며 격려해 준 사람이 있었는데… 오히려 딱 3Kg만 더 찌라고, 아무도 넘보지 못하게…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루 변한 거 없는데(몸무게로 봐서) 여기서 3Kg 더 찌면 괴물이라서 넘보는 사람 없다는 뜻인가? 그땐 그 말을 멋 모르고 좋아했었는데 좋아할 말 절대 아니었구만…

월요일은 싫어. 근데 또 벌써 월요일이야.
다른 말보다도 월요일은 일하기가 더 싫은 거 있지. 물론 나는 다른 날들도 그러긴 하지만… 요즘은 이 일두 하기 싫다. 나 배가 부른 소리지. 남들은 취직할 곳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데… 그래서 오늘은 뭐 할까 생각중야. 일하기 싫으니깐 머 할까. 서점에 좀 가봐야겠다. 가서 좋은 글귀들이 있으면 또 보내줄게.

일천구백구십팔년 팔월 마지막날
새벽 한 시 이십육 분에...


P. S.  너 보고 싶은걸…




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할수록 부끄럽습니다.
숲 속 길을 둘이 걷고
조용한 찻집 한 귀퉁이에 마주 앉아
귀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님을 믿습니다.

- 이정하의 ‘부끄러운 사랑’ 中에서



이별이란
빨간 눈물의 꽃이 하나 둘 피는 게 이별이야
이별이란
하얀 믿음의 꽃이 하나 둘 지는 게 이별이야

- 이용 노래 中에서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 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인 거니, 울었던 얼굴 같은데…

내용은 다르지만 이 노랫말이 떠올랐다. 


무슨 일인지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속이 상해 한번 터지면 잘 멈추지 못하는 울보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일요일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울기도 참 잘한다.


본문 중,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 싶지만 너무 멀리 있어 볼 수 조차 없고


추신의, 

너 보고 싶은걸…


또 마지막에 적어준 시의 마지막 연,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그 대상이 나이기도 하고 나인 것 같기도 한 그녀의 마음글들이다.

매번 누나라며 장가라도 보내줄 것처럼 하다가도 가끔은 어찌 이리도 약한 아기 같은지… 물론, 더 솔직한 감정의 표현은 더욱 가까워진 우리 사이가 전제된 것으로 기쁘기도 하지만 그리 크지는 않다. 그저 이 여인의 슬픔은 다 나 때문인 것만 같아 마음 아플 따름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도 돼 주지 못하니...


연재 이후, 지난 편지에서 느낀 내 감정들이 오래 남아 지금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아내에게 이입될 때가 있다. 그 여운으로 자고 있는 그녀가 기특하기도 하고 급하다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아내가 귀엽기도 하다. 가끔은 아이와 투닥거리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나는 잠이 없어 주로 새벽에 나만의 일을 한다. 

특히 주말에는, 아침잠 많은 아내의 아침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로 맞이하곤 한다.  



오늘은 아무 말없이 그냥 안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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