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철…
오늘두 기다렸어. 뭘 기다렸느냐구?
너의 자대 주소. 글쎄 내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자대로 가게 되면 혹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었어. 그래서 삐삐두 기다리구 것두 아니믄 네 형한테서 연락이 올 거다 싶었거든. 벌써 써놓은 편지가 2통이고 이것까지 보내면 3통인데… 전에 너 4주 교육 마치고 헌병교육대로 옮겼을 때두 꼭 이맘때(화요일) 연락이 왔었거든 작은형한테. 너하구 연락 못한 지가 꽤 되었잖아. 물론 내가 편지를 쓰긴 했지만 답장은 못 받아 봤으니깐… 네 소식도 들을 겸… 언젠가는 연락 오겠지 머. 설마 편지 많이 보내는 나한테 연락이야 끊겠어. 제대하고라면 모를까. 군에서는 편지 젤 많이 보내주는 사람이 좋다며… 선물보다 더 편지가 좋다더라. 너두 군바리(이거 맞어?)인데 별수 없다는 은경이의 생각임. 오늘도 여전히 아픈 사랑니를 끌어안고 편지 쓰는 내가 갸륵하지?
오늘은 치과엘 다녀왔어. 도저히 못 참겠더라. 으윽~ 소독약 냄새 맡는 순간부터 치가 떨리더라구 벌벌. 우쒸~ 우리 동네 돌팔이 약국 아저씨가 하루치 약 지어주면서 이거 먹으면 통증이 덜할 거라고 그랬는데 더 심해지잖아.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냥 치과에 간 거지. 웬만하면 그냥 버티고 싶었는데… 치과 아저씨가 묻더라 오늘 뺄 거냐고. 그래서 난 좀 엄살을 피웠지. 통증이 가라앉으면 그때 오래. 참을 수는 있을 만큼 아팠지만 왠지 오늘 빼는 게 넘 무서워서 일부러 시간 좀 끌어볼려구. 그래서 그냥 더 아프다고 했지.
히히, 속으로 쾌재를 불러가면서 이약 먹구 안 아프면 다시는 치과에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치과 아찌 왈 “그 약 먹구 안 오면 안 될걸요. 사랑니는 주기적으로 아픈 거니깐.” 지금 통증이 가라앉아도 얼마 후에 또 아프다고, 아예 빼버리는 게 나을 거라고. 충격, 충격. 그러면서 하는 말이 충치가 3개 더 있다며 치료를 빨리 해줘야 한다믄서… 끄악, 나 완전히 사랑니 뽑으러 갔다가 코 끼게 생겼어. 그 충치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건데, 그냥 버틴 건데, 작년에 금니 할 때도 절대루 건드리지 말라고 한 건데… “아저씨 그 이빨 별루 안 아프니깐 치료 안 해 주셔두 돼요.” 하고… 고등학교 때두 썩은 어금니를 뽑았어. 새 이빨을 해 넣으려고 했는데 그때 그 치과 아찌가 굉장히 아프다고 겁을 주잖아. 그래서 치료도 다 못하고 그냥 나왔어. 근데 지금 보면 이빨 뺀 자리가 흔적두 없어. 성장기 때 뽑아서 그런지 다 쏠려버렸어. 이빨이. 절대 모르지 사람들이. 근데 작년 치과 다닐 때 아저씨가 그러더라. 왼쪽 위에 어금니가 한 개 비느냐고… 그냥 웃고 말았지만, 그 아저씨 치과의사라지만 별 걸 다 알어. 챙피하게 시리. 암튼 치과에 얽힌 사연이 기가 막히지. 이거 말고 또 있으니깐. 애써 해 넣은 땜빵 중 3때 껌 씹다가 빠져버렸구 치과 아저씨가 “사진 한방 찍읍시다.” 하는 말에 그날 나는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구역질을(X-ray) 해댔고. 내 이빨에 솥뚜껑(잘 생각해 봐. 내가 얘기했을 거야.) 없애 준다는 말에 치과만 한 달 더 다니구 결국은 그대로 남아있고… 난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근데 또 치과 아저씨 하는 말이 먼 줄 알어?
내가 고등학교 때 그 치과에서 그냥 나오는 바람에 한 보름 정도는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건데, 그래서 엉망인 이빨이 많아. 그냥 갈아만 놓은 것두 있구. 물론 작년에 심각한 거 몇 개는 처리했지만 그중 하나가 있거든. 처리하다 만 거, 근데 신경치료 했냐구 묻더라구 그래서 내 생각엔 안 한 거 같은데 고등학교 때니깐 하두 오래되어서 생각이 안나잖아. 모르겠다고 그랬지. 그랬더니 공포이 한마디 “사진 좀 찍어봐야겠네요.” , “엑스레이 말예요?” 끄아악~~~ 난 그거 다시는 찍기 싫어. 너 혹시 치과서 X-ray 찍어봤어? 사람 죽이는 거. (흠… 큰일인데 찍어봤으면… 너 엄살이라구 할지도 모르는데…) 사무실에다 오늘 병원 가야 한다고 그래서 좀 일찍 끝내구 나왔어.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더라. 나는 나오면서 의기양양하게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러가며 먼저 간다구, 낼 보자구 했는데, 좋아할 거 절대 아니었음. 치과서 무려 1시간 이상을 보냈으니깐…
... ...
지금 냉커피 마셔. 샤워하고 나서 마시는 거라 무척 시원하고 맛있어. 두 잔을 타서 한 잔은 우리 오빠 주고 한 잔은 내 방으로 가져왔지. 씻고 나서 먹는 이 냉커피 한잔에 기분이 이렇게 좋아지는 줄 몰랐는걸… 지금까지두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더 좋아 상쾌하고. 너에게 편지 쓰는 이 순간두 모든 상념을 떨쳐 버리고 오로지 편지 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
그래.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요즘은 혼자 웃는 일이 잦아졌어. 나도 몰라. 그게 왜인지는. 근데 아무 때나 비실대고 웃는다는 거. 책을 보다가도 웃고, 음악을 듣다가도 웃고, 그냥 혼자 생각하면서 웃기도 하고, 좋은 증상인지는 모르지만 남들이 보면 오해할지도 모르는데. 그만큼 기쁜 일도 행복한 것두 없는데,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나오는 웃음인가? 아냐, 이런 얘긴 첨 들어보는 거 같애. 푸하하.
통신할 때 니 아뒤 DF해보면 네가 쓰고 있을 때 그때도 피식 웃음이 나왔어. ‘짜식, 또 채팅하눈 군!’ 하고, 너의 아뒤 ‘외로움만’ 근데 왜 하필 외로움만일까?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너한테 아뒤 얘기는 못 들은 거 같애 그치? 얘기한 적 없었지? 담에 기회가 닿으면 가르쳐줘. 왜 외로움만인지, 이유가 뭔지. 나처럼 황당한 이유는 아니겠지. mca2.
‘외로움만님께 쪽지를 보냈습니다.’
mca2
<바보야. 너 지금 뭐 하니?>
외로움만
<못된 것아.>
mca2
<나쁜 것아.>
나 혼자 잘 놀지?
이러니깐 나이를 어디로 먹었냐구 하지.
이제부턴 천상 여자루 조신하게 살아야지.
(너 웃지 마, 웃는 거 다 알어. 또 그러겠지?
‘누가 너 보고 여자답대? 누구야?’ 나쁜 것.)
너한테 더 이상 놀림 당하지 않을려면 여기서 그만둬야겠어.
잘 자, 좋은 꿈 꾸고. 빠이~ 그럼 꿈에서 만나.
1998. 9. 9.
새벽 1시 15분
P. S. 이젠 편지 한꺼번에 받아두 별루 안 놀래지?
그럴 수밖에 없잖어. 써 놓은 거 안 보내면 내가 섭섭하구
내, 글씨 쓴 게 아까우니까.
은경인 이만 잘련다.
푸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