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는데 편리하다.
오래된 장롱이 하나 있다.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묵직하다. 이사하는 날 버릴까 고민했다. 그러나 진한 녹색과 고동색 라왕 합판 느낌 나는 가구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생겼다. 이삿짐을 나르는 아저씨가 “아휴~ 요즘 보기 힘든 골동품 일세”라는 말에도 꿋꿋하게 챙겨 왔다. 결국엔 입지 않는 옷들과 읽지 않는 책들이 하나둘 사서 쌓여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더욱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만큼 지나가야 할 것들은 정리하기로 했다. 옷과 책은 나눠 옮기면 그만이지만 묵직한 장롱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떻게 버리지?” 고민하던 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떡하니 “빼기”광고가 눈에 확 들어왔다. 마켓컬리의 보라색처럼 빼기 역시 신선하다. 신청하는 과정은 어려움이 없다. 집안에서 빼기 할 장롱 사진을 찍으니 모든 산업에서 붙는 수식어인 AI가 분석하여 가장 비슷한 품목을 찾아준다. “어랏~ 제법인데...” 하고 다른 가구도 찍어보니 비슷한 품목을 제시한다. 사용자와 대형 폐기물 처리 업체를 연계하는 서비스인데 편리하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지만 계획과 실행 사이 적절한 줄타기에 감탄했다.
“아~ 이사할 때 버리고 왔어야 하는데...” 버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무엇이든 정리하는데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시간을 이해해주는 서비스인 것 같다.
“아~ 이런 건 우리도 만들 수 있는데... “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아이디어는 맥락을 고려한 퀵 실행이 필요한 것 같다. 기민한 애자일답게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