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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응축에너지는 사유보다는 본능적인 발과의 동행

by madame jenny Mar 27. 2025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묘비명

"적어도 걷지는 않았다"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는

그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의 오래된 루틴이자 전업작가로서의

꾸준함을 이어올 수 있었던 집중력과  끈기는

그의 달리기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습관이자 태도가 된 것이다.


처음

새벽 조깅을  시작하면서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끊어내는 게 힘들었지만 일주일쯤 지나니

내 몸은 스스로 셋업이 된 듯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눈이 뜨였다.


호수 주변의  정적과

따스한 가로등 불빛

극대비의 명암이 가득 찬

공간에

내가 뛰는 발소리  가득한 그  순간 에너지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되는 시간었다.


그 시간을  즐기고  새벽에너지로

끌어올려진 작은 성취감은

하루의  기반이 되었다.


같은 시간

간간히 스치는 사람들도

뛰고 걷고 스스로의 시간을 채우고 있는 거다.

나처럼 뛰기도  마실 나오듯 담소하며

걷는 사람들..

유튜브를 크게 틀고 천천히 걷는 할아버지..

그들도 나처럼  스스로를 일으켜 각자의

에너지와 루틴을 쌓아가는 중이겠지.


내 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시각 안에 들어오는. 순간의 넓고 집중된 스팟의  장면은 빠르게 흘렀다가

때론 슬로모션처럼 아득히 천천히 암전 되기도 했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온도와

공기.. 그리고 풍경이 축적되는 시간에

나도 같이 녹여간다.

뛰면서.

그리고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새로운 나의 동굴을 정할 때

예전의 나의 호수처럼 크진 않지만

작은 공원이 있고 미술관이 있고

도서관이 있어

갑자기 단조로워진 내 시간의 루틴을

정돈하기에 딱 좋다 생각했다.


다시 매일 뛰고 새벽을 사랑하고

새로운 공간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그리고 하루키처럼 시간을 정리하려 했다.

너무 바쁘게 살았던 시간과 정 반대의

자유시간이  무척 부담스러웠으니까..

..

그렇지만

나의 業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반복될수록

내 현실적인 부분을 파고들수록

막상 울타리 밖으로 나오니

평가라는 것도 무색하다.

반면에 테두리를 없애니  기준과 상관없이

안 해본걸 해보는 것도 자유롭다.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홍성태교수님의  

Brand is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

의미가 또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인

인간브랜드이다

스토리가 다양한..

고유명사다.

그런

나를 다시 리셋시키고

그동안의 '나'라는 명사는  지우고

다시 나를  동사화시켜 바꾸고 다듬고

마치 동적인 명사.. 동명사처럼

유연하게 생각해 본다.


솔직히 겁이 나기도 하다.

하지만 나를 믿어보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없다.

그저 내 마음이 동하는 대로

그동안 축적되어 온  본능을 믿어보기로

단 대강은 말고..

치명적 단점은 꼭 고쳐보는 걸로.


요 며칠 많은 생각과 사건의 쓰나미로

녹아내리듯 끈적거리고

흐물 해진 나를 다시 주섬주섬 끄집고

새벽에 다시 나가 본 세상은

내가  흐물거리고 바닥에 딱 붙어있을 때

다른 공간의  존재들은

또 생명을 키우고 변하려고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지나

공원입구에 들어섰을 때

며칠 전만 해도 앙상한 가지였던 나무가 꽃망울 가득  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양쪽으로 줄지어있었다


와!!!!

순간 울컥 눈물이 났다.. 새벽에..


"아.. 너희들 이제 때가 되어

다시 돌아왔구나..

겨울 내내 기다리다가 이제 활짝 필 준비를 끝냈구나.. "

자기 증명을 위한 희생과 노력, 욕심, 의무, 두려움은 때론 블랙홀 같다.

겉으론 그럴싸해 보이지만

언젠가부턴  '안식'이 아닌 '허기'와 같은 욕망이었고

때론 외롭기까지 했다.


멈출 수 없었는데  막상 멈추고 보니

생각보다... 두렵지 않고 담담하다.

오히려 덜 공허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하기까지 하다.


내가 몸부림치던 며칠을 보내는 동안

늘 그 자리에서 나처럼 뛰지 않고 서있는 것만

같았던 나무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내공을 키우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

나처럼  탐욕스럽고 불안한 마음에 허덕이는

시간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온몸을 다해 보여주고

나를  안아주는 나무들..

나무들을 지나 늘 그러하듯

열심히 달리고 다시 내려가는

나에게

"그래.. 괜찮아. 너답게.

그냥  시간이 가면서 늘 만들어왔고

잘 살아왔던 것처럼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너야.

응축시켜 온 널 믿어.

나처럼 너도  절기의 온도와 에너지가

맞아지는 시기에 또 활짝 필 거야.."

라고 말한다.


지금은 말보다. 그 어떤 사유보다

본능적으로  딛어야 할

발과 함께 뛰고 걸어야 할 때

나에게 솔직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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