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5.18, 그날의 사람들에 대하여
소년이 온다는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한강이 소설입니다. 단순히 우리가 허구라고 이야기하는 소설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책은 그 일이 일어날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친구를 잃은 소년, 부조리에 저항하고 또 다친 사람들을 돌봐주던 소녀, 대학생,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또 서로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그날 광주에 있었습니다. 처음 군대가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그 총에 맞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은 뒤에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공간에 함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사람들을 치료했고, 또 누군가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수많은 시신 속에서 가족을 찾는 일을 돕고, 또 누군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했습니다. 역할은 달랐어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공유한 것입니다. 그렇게 다시 군대가 들어오기 전까지 그들은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대가 다시 들어온 그날, 함께 있던 사람들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죽은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로 나뉜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궁금해합니다. 저들은 왜 우리를 죽였는지, 왜 우리 가족을, 내 친구를 총으로 쏘고 나를 죽였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들을 겨눈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이미 살아있는 몸을 떠난 그들의 말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떠난 뒤에 남은 몸은 함부로 다뤄지고, 어디론가 이끌려 가고, 거기서 부패하며 죽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얼마 전, 살아있을 때는 생기 있고,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떠들던 그들의 몸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는 피로 얼룩지고, 총탄, 총검, 곤봉에 의해 훼손되고 벌레가 들끓는 몸만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죽은 사람들의 궁금증은 끝까지 해소되지 않고 그들의 몸은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으로 사라져 갑니다.
산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마음이 그들을 괴롭힙니다. 왜 저들은 죽고, 나는 살아남았을까 궁금해합니다. 자신도 피해자이면서, 그 일이 지나간 뒤에 더 많은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날 생존한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 긴 시간을 붙잡혀 고문을 당합니다. 또 그 시간이 지나고 나더라도 평범한 일상은 쉽지 않습니다. 아직 그들의 기억에는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있고, 그날의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산 사람들의 궁금증도 끝까지 해소되지 않습니다. 해소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삶은 고통의 연속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렇게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끝이 납니다. 소설은 끝이 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왜 우리에게 총을 겨눴는지, 왜 나를 죽였는지, 또 왜 나는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왜 아무렇지 않은 듯이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고, 답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를 겪은 사람들이 아니기에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잊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마치 책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잊을 수 있느냐고, 죽은 사람들에 대해, 또 살아 있는 우리들에 대해 아직 궁금한 것, 이해되지 않는 것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그냥 살아갈 수 있겠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작별을 고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보내주고 앞으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간 그들의 죽음을 파악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떤 일을 겪었고, 또 어떤 고통을 겪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을 겪었던 그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이해를 구하고, 궁금한 것들을 충분히 해소하고 난 뒤, 그제야 우리는 그들을 보내줄 수 있습니다. 그게 작별하는 방법이고, 한강이 그의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바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