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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나은 Sep 22. 2021

지금이 너무 소중해서 안 쓰고는 못 배기는 글

바람은 적당히 내 옆에는 사랑스러운 순이가 자고 내 배는 부르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행복해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깨끗하고도 흔한 아름다운 이 문구가 해당하는 순간이 있을까. 지금 쓰고 있는 나의 글은 정말 행복해서 이 행복을 글로 남겨놓아야 다음에 덜 행복할 때 꺼내보고 다시 행복해질 거 같아서 급하게 써 두는 저장용 글이다.


  며칠 동안 하고 있는 제주 여행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달콤하고 알차고 평화롭고 애틋하고 경이롭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좋고 빛나는 단어를 잔뜩 이번 여행에 갖다 붙이고 싶지만 참으로 흔해 빠진 말들만 튀어나오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8박 9일의 일정의 딱 절반 정도 온 오늘, 남은 반의 일정이 아쉬워서 자꾸만 내 눈에 담고 싶은 것들을 곱씹어서 보고 또 본다. 보기만 하면 잊어버릴 거 같아 글로 남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눈을 뜨면 라탄으로 둘러싸인 따스한 노란빛을 발하는 동그라한 감각적인 조명이 눈 위에 대롱 달려 아직도 내가 제주도 어디쯤에 있다고 알려 준다. 오늘 아침에 창문을 열고 젖혔던 아이보리색 커튼 너머로 보이는 여전히 여름을 담고 있는 초록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며칠이 지나면 못 볼 거 같아 창문을 닫아야 할 때도 우물쭈물하며 몇 번이나 다시 바라본다. 늦은 아침에 정성스레 차려 놓은 오므라이스를 한 입 떠먹으며 새시문 앞에 앉아 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순이의 등을 바라보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열 번, 아니다 스무 번 정도는 눌러준다.

 툭 건드리면 금방 왈칵 쏟아질 거 같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나를 안아주고 싶었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했던 숙소가 이 모든 걸 가지고 있다. 잠시 동안 머물고 있는 이곳의 앞을 걸어서 나가면 해와 달이 비추는 바다의 윤슬이 반긴다. 저녁에는 제주도 어느 곳에서 본 적이 없는 아련한 노을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방파제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 그곳에서 시작된 따스함이 내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애썼다. 그동안 많이도 애쓰고 잘 버텼다.



 오늘은 삼일 동안   방에 머무셨던 모녀분들이 떠나는 날이다. 딸인 은이랑은 어느새인가 정이 들어 버렸다. 가기 전에   햇살 가득한 계단에 앉아 순이를 중간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아쉬운 마음에 엽서 하나에 부족한 마음의 글을 담아 보냈더니  마음을 담은 문자를 보내주는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사장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수제 소파에 기대어 선물 받은 '안 느끼한 산문집'을 읽으며 푸하핫하고 웃으며 발을 동동 구른다. 앞에는 바닥에 드러누워 새근하게 잠이 든 순이가 있다. 스피커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잔잔하게 흐른다.

 한낮의 가을바람은 서서히 산뜻하게 불고 있다. 하늘은 오늘도 청아하게 맑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내 마음에 넘치게 담아서 돌아갔을 때 조금이라도 미련스럽게 오랫동안 어떡하면 가지고 있을 수 있을 까에 대해서만 심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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