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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NA PINK Jun 10. 2022

아무튼 좋은 나

자존감이 별건가




나는 내가 좋다.


사랑을 하면 숨길 줄 모르고 내달리기만 하는 마음을 가진 것도, 그렇게 하면 상대가 쉬이 질려 떠나 버린 다는 것을 깨달았으면서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는 법을 깨닫지 못한 내가 좋다.


신랑이 ' 국산차가 AS 받기 편하지 ' 하면서도 유독 어떤 차에서 눈길을 못 땔 때, ' 저차 가지고 싶어? 내가 5년 안에 사줄게~! '라고 말하는 나의 당참이 좋다.


아이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만큼 큰 가르침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성공? 그까짓 것 내가 해 보이지 뭐 ' 하며 성공조차 먼저 해내 보이려는 건강한 도전정신이 좋다.


회사 생활도 인간사처럼 순진한 관계를 맺는 곳으로 생각하여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데이고 상처받으면서도, 내일 당장 못 봐도 상관없는 사람처럼 절반뿐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내가 좋다.


강아지처럼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고양이처럼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나의 이중성이 좋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깨달을 수 있는 내가 좋다.


강한 사람 앞에서 비겁하게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바들바들 떨지언정 아닌 건 아니라고  짚어낼 줄 아는 나의 용기가 좋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잿빛 얼굴로 영혼 없이 앉아 있기보다는 기꺼이 혼자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를 선택하는 내가 좋다.


' 집에 읽을 책이 아직 많은데 ' 하면서도 도서관 앞을 지나치지 못하고 또 몇 권의 책을 빌려버리는 내가 좋다.


' 배워서 뭐 하니. 시간 낭비다 '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나의 고집이 좋다.


배움에 두려워하거나 멈칫 거리지 않는 마음. 잘못해도 어색해도 무식하게 시도해 보고 작은 배움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드는 내가 좋다.  


겉으로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마음은 소심해서 미운 말을 뱉으면 두고두고 언제 사과해야 할지 시기를 잡는 내가 좋다.


지금 안 하면 영영 못하게 될까 봐. 불쑥 아빠에게 전화해 '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해보는 깜찍한 마음이 좋다.


내가 출간한 책을 부모님댁에 가져가 슬쩍 거실 테이블 위에 놓아두고는 ' 요즘 잘나가는 책이던데, 한번 읽어 보세요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며 행복해하는 나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자존감이 따로 있나.

내가 나의 예쁜 점을 찾고 나를 예쁘게 봐주는 것. 그게 자존감인 것 같다.


오늘 나의 예쁜 점을 한번 뜯어보자.


- 고심하여 고른 점심 메뉴 한술에 행복해하는 나.

- 퇴근길에 예쁘게 지는 노을을 보면서 오늘도 수고한 나를 위해 ' 가는 길에 맥주 한 캔 사갈까? ' 하며 행복해하는 나.

- 보송보송한 잠옷과 섬유 유연제 향기가 풍기는 폭신한 이불 따위의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그런 깜찍한 나를 찾아보자.


자세히 보면 참 예쁜 나.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나의 예쁜 점을 알아 가는 것. 그것이 자존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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