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아이와 사회성

좋은 친구는 또 다른 안전지대

by 원정미

불안이 높은 아이들 중에는 내성적인 성격이 많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특별히 사회성 불안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는 더욱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도 친구를 만들고 싶고 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은 다른 아이들과 같다. 다만 처음 사람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이렇게 내향적인 아이들에겐 사실 많은 친구는 필요치 않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친구 몇 명만 있어도 학교생활은 충분하다. 그러니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너무 친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이렇게 마음 맞는 친구를 만들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다. 그래서 부모의 도움이 때론 필요할 수도 있다.


학교 상담사로 나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가 사회성 기술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서 단체 활동이 힘들고 친구를 만들고 우정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충동적이고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도 친구관계가 힘들지만 너무 소극적이고 불안이 높은 아이들도 교우관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적절한 개입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나 또한 아들 때문에 생전 하지 않던 학교 교실 봉사도 하면서 같은 반 한국 엄마들과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리고 아들과 비슷한 또래가 있거나 아들이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언제든지 집에 초대해서 놀게 해주기도 했다. 딸아이는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친구를 만들고 몰려다니며 너무 잘 놀았다. 그러나 아들은 스스로 친구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보여서 신경을 더 쓰면서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격려했다.
그러나 아들을 억지로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아들이 어렸을 때 친구들의 생일파티 초대를 많이 받았다. 대부분 학교 반 아이들 전체를 초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친구들의 생일 파티를 가려고 했던 딸과는 달리 아들은 대부분 가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과 친하지도 않고 모르는 아이가 너무 많다고 했다. 내 마음 같아선 같이 가서 놀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보내지는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억지로 보내지 않은 것을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아들은 딸과는 달랐다. 여러 명이서 뭉쳐서 왁자지껄 노는 것보다는 항상 한두 명의 친구와 조용히 노는 것을 선호했다.


그렇게 저학년일 땐 친구가 없는 것이 걱정이 되었지만 아들은 별로 불평이 없었다. 그리곤 학년이 올라가면서 쉬는 시간에 같이 노는 아이들이 한 두 명 생기기 시작했고 동네 아이들과도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그리곤 점점 아들이 성장하자 아이는 학교에서 좀 더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친구들이 생기다 보니 학교생활도 더 잘 적응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사실 이 점 때문에 아이들의 사회성은 너무 중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엄청 인기 많은 학생이 될 필요는 없지만,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장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재미와 즐거움을 느껴야 건강하게 성장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재미와 즐거움은 친구와 함께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성장하는 아이에게 친구와 또래가 너무 중요한 것이다.


자녀의 불안이 높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면 부모가 지혜롭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소규모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활동이나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 아이가 운동을 좋아한다면 운동팀에서 친구를 만들 수도 있고 미술이라면 미술학원 등에서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다만 시작을 너무 큰 규모의 낯선 활동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활동에서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부모가 인간관계에서 너무 고립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부모가 너무 고립되어서 친척, 친구들 그리고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다면 자녀에게 친구를 만들어줄 기회를 빼앗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특별히 불안이 높은 아이들에겐 가까운 사이를 통해서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사촌이나 친인척 간의 왕래와 이웃집, 학원, 교회 등에서도 충분히 인간관계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편안한 기회를 자주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이가 불안으로 학교를 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6개월 이상이 지났음에도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그 아이들은 적응기간이 지나도 불안이 조절이 안된다는 것이고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아이로 낙인이 되어버리면 더욱더 말하기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학교에서나 인기 많은 학생이 되기는 힘들다. 아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도 운동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미국에 자라면서 남자아이가 운동을 싫어한다는 말은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처음엔 아들을 키울 땐 리더십 있는 용감한 남자로 크길 바랬다. 그러나 그건 내 욕심이고 기대일 뿐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니 그제야 다른 좋은 점이 보이길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아들은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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