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아이의 훈육

구체적으로 간단명료하게

by 원정미

기본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심각한 잘못을 하지 않는다. 규칙이나 룰을 깰 만큼 대범하거나 충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실수나 잘못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이 아이들도 생각이 짧고 미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 부모를 속상하게도 한다. 그래서 훈육은 꼭 필요하다.


아들은 집안의 룰과 규칙 대체로 잘 따르는 아이였다. 그래서 크게 혼날 짓을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학교를 들어가고 학교의 수업과 숙제가 본인에게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껴지자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숙제가 없는 척.. 아들은 자신이 하기 만만한 숙제들을 알아서 했지만, 학교에서 하는 2-4주짜리 프로젝트들을 나에게 숨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들의 거짓말에 나는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반복되었다. 처음엔 엄하게 야단을 치면 당연히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들의 이런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들의 이런 문제행동은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은 게 아니라 큰 프로젝트가 너무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2주에서 4주 정도의 프로젝트는 미리 자료조사를 하고 글을 정리해서 쓰고 사진을 프린트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보드를 만들어 발표까지 해야 하는 숙제였다. 그러니 장기 프로젝트가 한마디로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회피한 것이었다.
이런 성향은 그의 높은 불안과도 연결이 된 것이었다.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너무 큰 과제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그들은 도전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못할 것 같은 것은 아예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쉽게 포기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아들에게 너무 실망하여 감정적인 훈육을 할 때가 많았다. 아들의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고 나면 다시는 안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감정적 훈육은 아들에게 " 거짓말하는 나쁜 아이"라는 생각만 심어 주었다. 아들에게 필요한 기술은 힘들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생각한 것보다 어렵지 않다는 경험이었고 자신감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큰 프로젝트를 작게 나눈는 법을 배워야 했고 거짓말하고 회피하는 것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더 나은 선택이 있다는 것은 가르쳐야 했다.


불안한 아이들도 실수하고 잘못을 한다. 아직 성장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훈육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 감정적인 엄포나 협박 같은 훈육은 공포감과 긴장만 조성해서 부모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인식만 심어주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은 쓸모없고 나쁜 사람이라는 부정적 자아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 그렇게 부정적인 자아상이 생기면 나쁜 행동은 증가한다. 그래서 이런 협박이나 엄포식의 훈육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훈육을 할 때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수정과 보안점을 알려주는 것이지 아이 존재 자체를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말은 해선 안 된다. 숙제를 안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생을 때렸다고 몹쓸 형이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아이들은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부모를 화나게 하려고 하거나 반항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의 문제 행동과 아이 존재를 분리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나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나쁘게 크는 것은 아니다. 부모야 말로 자녀의 나쁜 행동을 고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언제나 합당한 것이야 한다.


특별히 아들들을 훈육시킬 때 설명을 해준답시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많은 언어를 남자의 뇌가 소화시키기 힘들 뿐 아니라 부모의 명확한 핵심 메시지를 놓지 때가 많다. 그래서 특별히 아들에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간단하게 아들의 눈을 쳐다보며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 네가 양말을 이렇게 아무 데나 벗어놓으면 엄마가 얼마나 힘들 줄 알아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거니?"라고 하는 것보다 " 양말은 벗어서 파란 빨래통에 꼭 넣어라"라고 하는 게 낫다. "방은 언제 치울 거야 엄마가 네 종이야? 언제까지 네 방을 치워줘야 해"라는 것보다 " 지금부터 30분 동안 방 치우는 시간이야. 방 치우고 놀아"라고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이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훈육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에 자신이 화가 나서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한다. 그러나 이런 훈육 태도는 아이가 부모의 눈치만 살피게 할 뿐이지 정작 부모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아이들 대부분 그때 부모가 엄청 무서웠던 것만 기억하지 무엇 때문에 혼났는지도 기억을 못 할 때가 많다. 배워야 할 것은 배우지 못하고 부모에 대한 눈치만 보게 되는 것이다.


불안 아이들이 부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가정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 그렇게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하면 아이들의 긴장도는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경우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오히려 더 증가되기 때문이다. 불안한 아이들을 공포와 협박으로 굴복시킨 것을 훈육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 훈육은 부모에게 순종하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를 건강하고 바르게 독립적인 성인으로 키우는데 목적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훈육의 방향을 잡아갔다. 아들은 겁을 먹으면 먹을수록 숨기에 급급했다. 그런 아들이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훈육은 큰소리치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아도 가능했다. 내가 단호하게 반복해서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오히려 나 스스로 감정적이 되지 않도록 내 마음을 다 잡고 아들의 존재를 비하하지 않도록 내 언어만 조심하면 되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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