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하면 생각나는 낱말 '스쿠터'. 여러 유튜버의 대만 여행 영상을 봐도, 스쿠터를 빌려 타는 장면은 빠지지 않았다. 나혼산(나 혼자 산다) 멤버들도 스쿠터를 빌려 타 도심 재미있게 여행하는데, 어찌나 해보고 싶던지.
사실 나의 계획대로라면 '컨딩'에서 스쿠터를 타야 했다. 새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자연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소심함이 발동해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결국 나름의 절충안이 타이중 시내에서의 스쿠터 여행이었다.
우리는 나혼산 멤버들처럼, 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처럼 도심 속을 세차게 달려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같이 간 친구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나만 믿으라고.
'어떤 스쿠터를 타면 좋을까' 하며 여러 스쿠터들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니는 나라여서 그런지,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상당해 보이는 스쿠터가 많아 보였다. 어떤 스쿠터가 우리의 타이중 여행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여러 스쿠터의 핸들을 만져 보았다.
돈을 드리면 될까 싶어 가방을 주섬거리며 달러를 내밀었지만, 사장님께서는 곤란한 표정으로 중국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곤란한 표정 속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번역기로 번역된 한국어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국제 운전 면허증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난색을 표하며, 국제운전면허증은 없고 한국 운전면허증만 있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Sorry"였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그리고 혹시 사장님이 잘못 아시는 게 아닌가 해서 옆의 가게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첫 가게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다. "Sorry"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의 묘미라고는 하지만, 진짜 이렇게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버스를 타며 괜히 '나 혼자 산다'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아니, 방송국은 왜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고 말을 안 해주는데.." 허공을 향한 아무 의미 없는 외침이었다. 사실,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스쿠터를 빌릴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절차였다. 하지만 준비했던 일정이 망가지고 있다는 데에 심술이 났다.
택배를 뜯어보자 또 실수를 했다는 걸 기어코 깨닫고 말았다.
유효기간이 1년뿐인 것.
그리고, 참 교훈을 얻게 되었다. 뭘 할 거면 잘 알아봐야겠다고. 누구 원망할 거 하나 없고, 모든 원인은 스스로에게 있다고 결론을 내게 되었다. 진정한 여행자들이 말하는 '여행의 묘미'라는 게 이런 걸까? 웬만한 어려움도 이제는 즐기게 되는 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