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내기 권선생 Mar 19. 2024

'순천만' 아니고요, '대만 고미습지'입니다.

 대만 여행지 중에서도 '타이중'을 꽤 기대했다. '타이중'이라는 도시가 한국인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기도 했고, 그중 '고미습지'가 '아시아의 우유니사막'이라는 불리었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떨어져,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D-day, 고미습지 투어.


 사실 허겁지겁 달려온 타이중이었지만, 그 행적을 보며 하늘이 불쌍하게라도 생각한 걸까. 1시간의 이동 끝에 마주한 '고미습지'는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었다. 맑은 하늘 속 풍성한 구름과 거대한 풍차가 서로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겨 왔다. 또 태양에 비친 얕은 물결이 조금씩 반짝였고, 우리의 마음을 일렁거리게 했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니, 마치 제주도의 큰 풍차로 유명한 '신창해안도로'를 연상케 했다. 또 밀물과 썰물로 만들어진 검고 무른 진흙이 한편으로는 전남 '순천만'을 방불케 했다.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왠지 알 거만 같은, 그 익숙한 그 분위기가 어딘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인공물과 자연의 조화라는 게 이런 걸까. 어디에선가 벅차오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고미습지의 하이라이트가 있었다. 노을이 질 때쯤의 불그스름한 하늘, 그리고 거대한 풍차가 습지와 잘 어우러져 광경이 펼쳐질 걸 알고 있었다. 출발 전 저장해 둔 사진을 보니 몽글해졌는데, 실제는 어떨지 조금씩 벅차기 시작했다. 습지 안쪽 입장은 오후 6시부터 가능헀는데, 자연보호를 위해 애쓰는 정부의 모습에 기대감이 배가 되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고미습지. 출처 : kkday 홈페이지 (고미습지 투어)



 그런데, 어디에선가 튀어 난 마구잡이의 구름 떼. 정말 순식간에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였다. 눈 깜짝할 새. 구름이 너무 많아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주섬주섬 찾았다. 비는 둘째 치고, 왜 하필 지금인 건가 싶은 생각에 답답했다. '왜 하이라이트를 앞둔 지금 이 순간인 건데..'  이국적인 풍경과 붉은 노을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구름으로 가득차기 시작한 고미습지


 18시에 되어, 고미습지 안으로 향할 수 있었지만, 쉽게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구름을 걷잡을 수 없었다. 정말 완벽하게 태양을 가려, 노을을 종채 찾을 수 없었다. 기대한 만큼 실망감도 큰 법. 속상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때 또 때마침 울리는 친구의 DM.




'월정리?'


편견이라는 게 이런 걸까. 그 순간부터 이 공간은 대만이기보다는 한국이 되었다. 분한 마음을 억누르고, 이 상황을 어찌 헤쳐 나가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구름이 와버린 걸 우리가 뭘 어쩌겠는가. 그리고 아무리 얘기해봤자 날씨 좋은 날에 꼭 다시 오자고 결론 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꼭 다시 와서 고미습지의 매력을 200% 느끼고 말겠다.


그때는 분명, 이번의 실망감이 있으니 만족감으로 치환되어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겠지.








이전 06화 우리의 도착지는 타이중이 아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