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상쾌했다. 내가 날씨가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나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 오는 날이면 그 나름의 운치와 비에 젖은 흙냄새를 맡으며 좋다고 느꼈던 나인데. 여기서는 이렇게 맑은 날만을 바라보고만 있다니.
오늘 문 밖을 나설 때의 첫 날씨가 정말 딱 좋았다. 타이중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달리는 창 밖 풍경을 보니, 이제는 왠지 진짜 정말로 좋은 일들만 일어날 것만 같았다.
고속 철도 1시간의 여정 끝에, 도착한 타이중!
그리고 타이중 역에 내렸을 때 속삭이는 친구의 말. "망했다."
순간, 잘못내렸나 싶어 어서 사방을 둘러봤다. 하지만, 크게 쓰여 있는 'Taichung'. 얕은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니, 역에 제대로 도착했는데? 그리고 중앙 출구로 나가면..." 하며 친구의 표정을 힐끗 봤는데, 아직도 예사롭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타이중이지만, 타이중이 아니었다.
우리는 HSR(고속철도) 타이중 역에 있었다. 그리고 얼른, 재빨리 시계를 봤다. 시곗바늘이 14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투어 시작 시각은 15시 30분. 시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긴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극강의 계획파(J)라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생겨, 어떤 수를 써서든 빨리 타이중 기차역으로 향해야 했다. 역무원께 우리가 가고 싶은 역을 지도에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Excuse me.. How can I get to the Taichung station?" 직원이 "Subway"를 의미하는 "Sub~"의 입모양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xie, xie"를 외쳤다. 그리곤 케리어를 집어 들고, 지하철 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또 이게 웬일인가. 휑하니 사람이 아무도 없고, 환경미화원분들께서만 청소를 하고 계셨다. 이번에는 온갖 몸짓과 손짓을 이용해 지금 지하철의 상황에 대해 여쭈어 봤다. 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는 중국어로만 답변하셔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겨우 내용을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해석한 바에 의하면 '지금 기차는 떠났고 30분 뒤에, 열차가 온다'는 거 같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시간 계산을 해봤다. 30분 뒤면 15시 5분. 그리고 지하철 소요 시간은 약 15분. 그럼 15시 20분에 타이중역에 도착이었다. 만약, 이 모든 계산이 맞아떨어진다면 투어 버스에, 정말 겨우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모든 게 맞아떨어졌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KKDAY 어플로 급박하게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우리는 여러 경우의 수를 떠올려 가며 다시 밖으로 나가서 택시나 버스를 타야 할까 하고 고민했지만, 결국 도착하는 시간을 비슷할 거만 같았다. 그러고 우리는 30분간을 조마조마하며, KKDAY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KKDAY에서 알려준 현지 가이드의 라인 ID는, 다른 유심칩으로 바꿔 끼워 놓은지라, 연락할 방도가 없었다. 우리의 추정과 바람이 제발 맞기만을 기도한 채 식은땀을 빼며 열차를 기다렸다.
그러던 찰나에, 들어오는 열차. 우리는 반가움에 당장 일어나, 열차에 탑승했다. 하지만, 아직 남은 미션이 남아 있었으니. 우리는 타이중 역에 내리자마자. 케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리락 오리락 거리며 출구로 뛰기 시작했다. 정말, 있는 땀 없는 땀을 타이중에서 다 흘렸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