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내기 권선생 Feb 05. 2024

대만을 10일씩이나?

"대만을 10일씩이나 간다고?"


10일간 대만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말하는 족족 이런 반응을 해서 민망할 정도였다. 처음엔 호기롭다가도 '10일은 너무 많나?' 싶었다. 그래도 '아니, 10일이라고 해봤자, 1주 하고 3일밖에 더 되지 않는데?' 하며 왜 이렇게들 호들갑일까 생각했다. 제주 한 달 살이도 하는데, 대만 10일 살기는 안 될 이유가 있나.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대만'이란 나라가 내게는 좋지 않은 기억들로 채워져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5년 8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재수 학원에서 알게 된 친구와 나는 대학생 여름 방학을 맞아,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자유 여행으로! 당시 우리는 꽤 안전하고 인기가 많았던 '대만'을 택하게 되었다.


우리는 하하 호호 웃으며, 정말 평화롭게 여행을 계획했지만 대만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그 우정에 바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행 내내 별 일 아닌 일로 말다툼을 했고, 급기야 따로 여행지를 다니기도 했다. 결국, 한국 출국만을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왜 그렇게 까지 되었나' 하고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제일 큰 요인이 '날씨'였던 거 같다. 8월의 대만은 강한 습도와 온도 때문에 5분만 걸어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부채질을 열심히 해 봤지만, 큰 동작은 오히려 더위만을 키울 뿐이었다. 대만 날씨의 어마무시함에 호되게 당하고 나서 '대만은 이제 여행 오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태국 여행 / 여행톡톡 DB /출처 : 여행톡톡(https://www.tourtoctoc.com)

  그럼에도 이번 여행을 '대만'으로 고르게 된 이유는, '겨울 대만'이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1월, 즉 건기의 대만이 그렇게 여행하기 좋다는 이야기를 닳도록 들어 궁금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대학 생활 중 불합격의 고비를 마셨던 '타이완 사범대학 교환학생'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을 가고 싶은 이유는 계속해서 생겨 났다. 대만 정부에서 여행자들에게 '여행지원금'이라는 걸 추첨으로 준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때마침, 유튜브에서는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의 대만 여행이 추천 영상으로 뜨기 시작했다. 마지막 결정타로 대만 항공사인 '타이거에어'에서 비행기 티켓을 특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운명이 아닐 수 없었다.

출처 -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그럼, 며칠을 갈까 고민하다 10년 전 대학생 시절 때와는 달리 여유롭고 낭만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우리는 10일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상상 속에 빠지기 시작했다. 여행지원금에 당첨되어 호화롭게 여행을 다니는 우리들. 이미 우리의 몸은 야시장에서 큐브 스테이크를 먹고, 후식으로 망고 빙수를 먹으며 타이베이 101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실 '과연 10년 만에 가는 대만, 괜찮을까'. '이번에는 친구와 싸우지 않을까' 등 여러 걱정이 들었지만,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창고 속 캐리어를 열심히 찾을 뿐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