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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껌 May 10. 2023

1. 봄의 홋카이도를 선택한 이유

 서울의 벚꽃이 피기도 전이었다. 한 달도 넘게 남은 홋카이도의 벚꽃 개화 예정일 지도를 매일 업데이트하다 개화일로 추정되는 날에 맞추어 비행기 표 예매를 했다.      


 어린이는 준비 없이 계절을 맞이하고, 계절이 지나는 줄도 모르고 마음껏 즐기며 끝나는 줄도 모른다. 청소년은 계절이 왔음을 문득 알아채고 즐거워하며 계절이 끝나면 다음을 기약한다. 어른은 계절이 오기 전부터 계절이 짧을 것을 걱정하며 막상 오더라도 곧 끝날 것임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끝나고 나서야 온전히 계절을 누리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난 어른이 되었고, 벚꽃이 얼마나 빨리 폈다 지는지를 알고 있었다. 새해의 목표는 늘 ‘발전하기’, ‘배우기’ 등과 같이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식이었는데 올해는 ‘계절을 즐기기’가 목표가 되었다. 항상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어느새 생각해 보니 그동안 많은 계절을 흘려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나를 압도하여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앞도, 뒤도 아닌 지금에 머물러야 했다.      


 벚꽃은 빠르게 피고 지지만, 다른 계절의 다른 장소에서도 벚꽃을 보면 두 번 볼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서울보다 늦게 꽃이 피는, 조금 더 추운 지방인 일본 홋카이도가 제격이었다.      


 그렇게 비행기 표를 산 이후로 거의 매일을 홋카이도 벚꽃 개화 예정일 검색을 했다. 한편 한국의 벚꽃 예정일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일본의 벚꽃 개화 예정일도 점점 앞당겨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울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나는 여전히 홋카이도의 벚꽃 개화 예정일을 신경 쓰고 있었다. 달라진 게 없었다. ‘지금 말고 앞으로, 앞으로’     


 어느 시점에 홋카이도 벚꽃 개화 예정일 검색을 그만두었다. 두 번째 벚꽃을 못 본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두 번째 벚꽃을 기다리면서 첫 번째 벚꽃을 놓치는 일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서울과 다른 지역의 산으로, 공원으로 여기저기 벚꽃을 보러 다녔다. 시절은 알면서도 여전히 빠르게 지나버렸고, 그렇게 올해의 첫 번째 벚꽃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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