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쉰하나
낚시
설애
너와 나의 숨바꼭질
나는 너를 기다리고
너는 나를 지나간다
휘청, 두근, 휙
너와 나의 줄다리기
나는 너를 감아내고
너는 나를 당겨낸다
참방, 팔떡, 와
너는 바다를 잃고 내게 왔다
너를 잃은 바다는 출렁이고
나는 바다에 또 줄을 넣는다
종종 남편을 따라가서 낚시를 합니다.
주로 시간을 낚습니다만, 가끔 고기도 낚습니다.
하지만 저의 대상 어종은
뭍에 사는 "책"입니다.
미끼는 "여유"이며, 낚싯대에 걸어 한 권씩 잡습니다.
미끼가 넉넉할 경우, 철학이나 고전문학이 잡히고,
미끼가 부족할 경우,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가 잡히는데.
미끼가 눈에 띄게 없는 경우, 그물로 마구잡이로 잡는 특이 현상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책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섭취합니다.
주로 날 것으로도 자주 먹으나, 영화와 비벼먹거나, 다른 책과 같이 김밥처럼 싸서 먹는 방식이 있습니다.
말리거나 쪄서 브런치스토리에 내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끔 고래처럼 큰 책을 잡으면 며칠 씩 끌려다니기도 하다가 뼈만 남겨와 허탈한 날도 있었고, 새우나 멸치처럼 작아 그물 사이로 다 날려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낚시는 포기하지 않았으며, 숨바꼭질과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