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흔아홉
곧은 낚시
문병채
20년 넘게 들고 있다 놓아버렸다
찌맛도 손맛도 깊은 물 속에
수장시켜 버리고
나를 찾아 속살을 열었다
금단 현상이 오리라는 소문도
너울여울 태워 보내며 하릴없이 앉아
물고기만을 탐내는 것이 낚시란 말인가
낚싯대도 그물도 없는 빈 하늘
구름 수초 언저리
언어를 낚고 있다
야광찌 번뜩이는 버들치처럼
희망의 시어를 잡아채고
오늘도 빈 언어의 창고에 앉아
나를 낚는 곧은 낚시에 빠져들고 있다
문병채 시인님, 등대에서 시가 잡힌다던데,
아직 소문을 못 들으셨나봐요.
같이 가셔서 손맛 좀 보실까요?
낚시꾼, 조사(釣士)
낚시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특별히 강태공을 이르러는 조사(釣師)라고 하고,
강태공이 사용한 낚시 바늘은 곧은 바늘이었습니다.
고기를 곧은 바늘로 낚을 수 없지요.
낚시 바늘은 고기가 물면 못 빠지는 아래 그림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태공이 낚은 것은, 혹은 기다린 것은 무엇일까요?
그의 나이 일흔 둘에 주나라 문왕, 서백창을 만납니다.
서백창은 사냥을 가기에 앞서 <천하를 얻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스승을 얻게 될 것이다>라는 점괘를 얻고 사냥을 나갑니다. 그리고 위수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강태공입니다. 강태공의 본명은 강여상, 별명은 태공망(문왕 서백창의 아버지 태공이 바라던 사람), 별명에 성을 붙여 강태공이라 알려져있습니다. 그는 주나라 재상으로 왕을 도와 상나라를 뒤집어엎고, 그 포상으로 제나라 땅을 맡아 본인이 제후 국군(國君)이 된 인물입니다.
그들이 만나 나눈 대화를 옮겨봅니다.
“낚시를 즐겨하시나 봅니다.”
“물고기를 낚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먹이로 물고기를 낚는 것은 녹봉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군자는 자신의 이상이 실현됨을 즐거워하고, 소인은 눈앞의 일이 이루어짐을 기뻐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제가 낚시질하는 것은 그와 매우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낚시질하는 것이 정치의 무엇과
비슷한지 말해줄 수 있소?”
“낚시에는 세 가지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미끼로써 고기를 낚는 것인데 이는 녹(祿)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둘째는 좋은 미끼라야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듯이, 인재에게 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나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크기와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른데, 이는 인재의 성품과 됨됨이에 따라 벼슬을 달리 맡기는 게 낚시의 이치와 같습니다.”
서백창은 강태공의 말에 다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천하 만백성의 민심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강태공은 서백창을 보며 말했습니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 만민의 천하입니다. 천하의 이익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 있고,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익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하늘에는 춘하추동 네 계절이 있어 음과 양이 순환하고, 그로 말미암아 대지에는 생산이 이루어져 재물과 보화가 있게 됩니다. 이 하늘의 시(時)와 땅의 재(財)를 백성들과 함께 누리는 것을 인(仁)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인(仁)이 있는 곳에 모이게 마련인지라 어진 사람이 정치를 하면 그 덕이 저절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천하의 민심도 얻을 것입니다. 죽을 처지에 놓인 사람을 건져주고, 재난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며, 사람을 환난에서 구제해 주고, 위급한 사람을 구원해 주는 것은 덕(德)입니다. 천하 인심은 덕이 있는 곳에 돌아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시름을 같이 하고, 많은 백성들과 즐거움을 같이 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면 이것은 의(義)입니다. 천하의 인심은 의가 있는 곳으로 쏠리게 됩니다. 본래 사람은 죽는 것을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 덕을 좋아하고 이득을 따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살리며 그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힘쓰는 것을 도(道)라고 합니다. 천하의 인심은 도가 있는 곳으로 귀의하는 것입니다.”
서백창은 두 번 절하고, 강태공을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곧은 낚시,
강태공이 했던 그 곧은 바늘로 했던 낚시인가 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