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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꼬숩다고?

시 백삼십육

by 설애

입동


정끝별


이리 홧홧한 감잎들

이리 소심히 분분한 은행잎들

이리 낮게 탄식하는 늙은 후박잎들


불꽃처럼 바스라지는

요 잎들 모아

서리 든 마음에 담아두어야겠습니다


몸속부터 꼬숩겠지요


감잎, 은행잎
후박잎 / 나뭇잎들 출처: 위키피디아


요것들

요 바스락거리는 것들을 모아

꼬숩겠지요, 라니


따뜻한 것 같기도 하고,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유치원생들 모아 놓은 기분이 드는 건

꼬숩다는 말 때문입니다.


원래는 늙고 스러지는 것들을 모았으니

양로원이나 노인정 같은 분위기가 아니겠어요?


꼬숩다니,

꼬숩다니!


아, 지금은 고장났어요.


낙엽과 꼬숩다를 연결시키는 것은

제겐 좀 더 시간이 필요해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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