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삼십육
입동
정끝별
이리 홧홧한 감잎들
이리 소심히 분분한 은행잎들
이리 낮게 탄식하는 늙은 후박잎들
불꽃처럼 바스라지는
요 잎들 모아
서리 든 마음에 담아두어야겠습니다
몸속부터 꼬숩겠지요
요것들
요 바스락거리는 것들을 모아
꼬숩겠지요, 라니
따뜻한 것 같기도 하고,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유치원생들 모아 놓은 기분이 드는 건
꼬숩다는 말 때문입니다.
원래는 늙고 스러지는 것들을 모았으니
양로원이나 노인정 같은 분위기가 아니겠어요?
꼬숩다니,
꼬숩다니!
아, 지금은 고장났어요.
낙엽과 꼬숩다를 연결시키는 것은
제겐 좀 더 시간이 필요해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