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삼십사
마법사
설애
우리 집에는 마법사가 살아요
뚝딱 먹음직한 식사가 나오고
똑딱 집이 반짝반짝해져요
우리 집에는 마법사가 살아요
뾰로롱 식물들이 살아나고
코로롱 거실에서 다 도망가요
우리 집에는 마법사가 살아요
아브라카타브라 물건이 제자리로 가고요
라브타카라브아 물건이 고쳐져요
우리 집에는 마법사가 살아요
수리수리 마수리 잔소리 잔뜩
수리수리 하수리 맞는 소리 가득
우리 집에는 멋쟁이 마법사가 살아요
우리 집 마법사는
매실도 담그고요,
레몬 청도 만들고요,
딸기잼도 졸여요.
오늘은 포도잼을 졸이고 있어요.
제가 책 읽고 글 쓰면
자꾸 뭘 해야 한다고 불러요.
저는 책 읽고 글 쓰는 동안
아무 생각이 없어서, 뭘 잊어버려서, 자꾸 혼나요.
그래도 밥은 맛있고,
집은 깨끗하고,
저를 잘 챙겨줘서 같이 살아요.
가끔 귀가 아프지만,
눈 질끈 감고 잠깐 참으면
다시 착해져요.
우리 집에는 멋진 마법사가 살아요.
그리고 철없는 설애도 같이 살아요.
초고를 본 남편 왈,
졸라, 슬픈데
...... 미안
고백합니다.
저는 젖은 낙엽이에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 오늘은 슈퍼 헌터스 문이 뜨는 날입니다.
좀 쌀쌀해도 밤하늘 한 번 보시길 추천해봐요.
6시 19분, 달이 밝습니다.
눈은 못 맞주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