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삼십구
개
마경덕
웬지 만만하다
개꿈, 개꽃, 개살구, 개짐, 개떡, 개뿔.....
개가 붙으니 꿈은 사라지고
꽃 앞에 개가 오니 꽃이 진다
개죽음, 개새끼, 개 같은,
개는 개라서
충분히 슬프다
'개'라는 접두어는
시인의 말대로 꿈이 사라지고 꽃이 지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흔하기도 합니다.
개나리는 흔한 나리꽃
개망초는 흔한 망초꽃
의미 없음, 하찮음 등을 뜻하기도 하죠.
개꿈은 의미없는 꿈
개떡은 맛없는 떡
개살구는 시고 떫은 살구
개뿔은 없는 뿔
그리고 '개'는 '가히-'에서 변형되어 '매우, 아주'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개좋다, 개맛있다, 개빨라, 개웃기다 등의 동사와
개이득, 개꿀 등의 명사가 그 예입니다.
멍멍 개와 접두사 개는 구분이 될 듯 말 듯 합니다.
부정어에서 더 그러합니다.
개고생, 개죽음, 개망나니 등등
이들도 어원으로는 멍멍이와 무관합니다.
'의미없다', '하찮다'에 가깝습니다.
개소리, 개 같은, 개 보다 못한 등의 표현에서 직접적 멍멍이와 비교될 뿐이죠. 개소리는 개 짖는 소리의 준말이기도 한데, 헛소리의 의미도 있습니다.
오늘의 개소리를 마칩니다.
개는 개라서
충분히 슬프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