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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 칙, 압력솥

시 백삼십팔

by 설애

칙, 칙, 압력솥


마경덕


추가 움직인다. 소리가 뜨겁다

달리는 기차처럼 숨이 가쁘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추를 마구 흔든다. 지금 당장 말리지 않으면

머리를 들이받고 자폭할 기세다

저 맹렬한 힘은 무엇인가

저 안에 얼마나 많은 신음이 고여 있는가

슬픔이 몸을 찢고 나온다

소리가 집 한 채를 끌고 달린다

밤기차를 타고 야반도주하는 여자처럼

속이 탄다. 부글부글


압력솥은 슬프지도 않고 속이 타지도 않아요.

압력솥은 입력 값에 따라 온도를 올리고, 압을 올리고 목표를 따라 움직이는 기차가 될 수도 있어요.

최종역에서 뜨거운 김을 뿜으며, 하얀 쌀밥을 선물로 남기고 갈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마경덕 시인의 압력솥은 터질 것 같아요.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물으면 야반도주하고 싶다는 답을 할 것 같아요.

차마, 왜 야반도주를 하고 싶은지 묻고 싶지는 못 하겠어요.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죠.

누군가 저마다에 주머니에는 저마다의 송곳이 있다고 표현해주었어요.


칼과 압력솥을 지나

내일 또 뭘 만나게 될런지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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