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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똥, 똥길

시 백사십이

by 설애


마경덕


내 하루는

입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미로를

벌레처럼 꿈틀꿈틀 기어가는 것

숨 막히는 갱도(坑道)를 더듬어

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일


오로지 하강만이 허락되는

내 평생의 하루는

소멸의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


내 슬픔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기억하는 것


어쩔 수 없는 길의 끝에서

가장 천한 이름으로


추락한다

첨벙!


꽃아, 뛰어내려라


마경덕


나무도 똥을 눈다, 따신 바람 불면 겨우내 묵은 꽃똥을 일제히 싸대기 시작하는데,


오동도 동백숲, 나무 가랑이 밑에 똥덩이 널렸는데, 여기저기 용쓰는 소리 들리는데, 햐, 디딜 데 없는 똥밭이다.


이 놈들, 사람이 곁에 와도 엉덩이 까놓고 볼일 본다. 그늘에 앉은 연인들의 어깨에 철퍽, 봄마중 나온 아지매 얼굴에 철퍽,


당최 나올 것이 나오지 않는다. 변기에 앉아 연신 끙끙대는 어머니. 무엇이 그리 단단히 막혔을까


길은 사라진지 오래, 살 길이 막막한 몸 속에도 길이 있다는데, 들어가면 나올 길도 있다는데,


욕실문 사이로 장작개비 같은 허벅지 보인다. 언제부턴가 문을 열어 두고 볼일을 보신다. 답답해, 답답해, 자꾸 문을 열어젖힌다. 붉은 동백을 피우신 어머니. 서서히 몸이 닫히는 중이다.


제가 똥을 이렇게 뜯어보리라고는 지난 달 낙엽 이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이 똥은 또 너무 애잔해서요.

두 번째 시를 이해하는데, 첫 번째 시가 도움이 될 것 같아 모셔왔는데, 노골적이라고 느껴집니다.


낙엽도 똥이고,

꽃도 똥이고


그 동백을 피우는 어머니의 몸이 닫힌다는 말이 참 안타깝습니다.


똥 잘 누는 일상에도
감사하는 하루입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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