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사십삼
동백
양광모
한 봄날이어도
지는 놈은 어느새 지고
피는 놈은 이제사 피는데
질 때는 한결같이 모가지째 뚝 떨어져
이래 봬도 내가 한때는 꽃이었노라
땅 위에 반듯이 누워 큰소리 치며
사나흘쯤 더 뜨거운 숨을 몰아쉬다
붉은 글씨로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징하게 살다 가네
동백꽃 지다
변준석
동백꽃 한 송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
호상(好喪)이다.
동백은 늦게 피는 꽃입니다.
동백꽃은 핀 채 뚝 떨어져, 살아있는 채 낙하하는 느낌을 줍니다. 벌건 꽃이 떨어진 모양새는 피가 낭자한 듯 섬뜩하기도 합니다. 양광모 시인은 붉은 글씨의 유언이라 하고, 변준석 시인은 호상이라고 합니다.
꽃도 개성이 있습니다. 색이나 모양뿐 아니라, 피는 계절도 다르고, 씨를 옮기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제 동백이 필 때가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동백을 기다립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