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누엘 칸트, 마하트마 간디
기억해야 할 가르침을 주고 간 사람들이 있다.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세례명 '에마누엘(Emanuel)'을 받아서 히브리어를 공부한 후 '이마누엘(Immanuel)'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이마누엘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이 이름과는 다르게 이마누엘 칸트는 종교와 철학을 모두 비판하는 이론서 세 권을 쓴다. 바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이다. 각각 인식론, 윤리학, 미학에 관한 책이다. 그의 묘비명은 <실천이성비판>에서 발췌된다.
Zwei Dinge erfüllen das Gemüt mit immer neuer und zunehmender Bewunderung und Ehrfurcht, je öfter und anhaltender sich das Nachdenken damit beschäftigt: der bestirnte Himmel über mir und das moralische Gesetz in mir.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새로워지는 경탄과 경외감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 위에서 빛나는 별로 가득 찬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
칸트의 도덕법칙의 핵심은 정언 명령이다. "네 행위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 "인간을 언제나 목적 그 자체로 대하고,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라."로 표현된다. 칸트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도덕법칙은 지금도 유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보편적인 원리로 살아간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칸트는 이론만 쓴 것이 아니라, 이론을 실천하는 규칙적인 삶을 실천한다. 그래서 칸트가 살았던 쾨니히스베르크 사람들은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로 같은 속도로 산책하는 칸트 덕분이었다. 칸트의 이 산책 시간이 어겨진 것은 딱 한 번! 루소의 <에밀>을 읽을 때였다고 한다.
칸트에게 영향을 주었던 루소와 칸트의 영향을 받은 많은 철학자들이 있다. 그중 쇼펜하우어가 요즘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공감받고 있는데, 쇼펜하우어도 산책을 통해 많은 사유를 하였다. 하지만 틀에 박힌 칸트와는 다르게 혼자 사람을 피해 자신과 대화하는 산책을 했다. 다른 태도, 다른 시대, 다른 방식. 철학은 많은 철학자를 통해 다듬어지고 비판되고 발전해 온 것이 아닐까.
칸트의 제자 요한 헤르더는 이렇게 그를 평한다.
어떤 음모나 편견 그리고 명성에 대한 욕망도,
진리를 빛나게 하는 것에서
그가 조금이라도 벗어나도록 유혹하지 못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도록 부드럽게 강요했다.
칸트의 묘비에서는 빛나는 별로 가득 찬 하늘과 도덕법칙이 새겨져 있다.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을 산책하였지만 매일 다른 생각을 했을 그의 걸음을 상상해 본다.
7가지 사회악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 1869-1948)는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마하트마(Mahatma)는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으로 인도의 시인인 타고르가 지어준 이름이다. 간디는 타고르를 구루데브(Gurudev)라는 '위대한 스승'으로 불렀다. 이들은 인도의 영국 식민 지배에 반대했으며, 어떤 승리도 인간을 파괴하면서 얻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정신적인 동지로 두 사람은 평생을 지낸다. 간디는 타고르의 80세 생일에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80세로 부족하니 20년 더 살아야 한다는 세련된 축복의 말이다. 간디는 80세에 이르지 못하고 78세에 피살되었다.
Four score is not enough,
One more score.
간디의 묘비명은 7가지 사회악이다.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성 없는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희생 없는 예배(Worship without Sacrifice)
한국사회에서도 회자되어야 할 '원칙 없는 정치', 금수저와 흙수저의 사회에서 되새기는 '노동 없는 부', 쿠팡 사태로 보는 '도덕성 없는 상업', AI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인간성 없는 과학' 등등 사회악에 대한 정의는 지금까지도 너무 공감된다.
변하지 않는 가치란 무엇일까?
인간이 수단이 되지 않는 사회, 인간을 파괴하면서 얻어지지 않는 승리
칸트와 간디의 묘비명을 보며, 고귀한 가치들에 대해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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