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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웁니다

시 마흔다섯

by 설애

풍경


김제현


뎅그렁 바람 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無上)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이름이 있나 봅니다.


조용한 산 중에 있는 절에서

풍경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그런데 절에 풍경이 있는 이유는

수행자가 바람에 흔들려 나는 소리에

게으름을 피우거나 함부로 행동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풍경에는 물고기가 매달려 있는 것도

물기기처럼 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입니다.


(사진은 절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정자에서 찍은 것이라 물고기가 없나 봅니다.)


바람이 불고 풍경소리가 울릴 때,

시인은 그 풍경의 마음까지 헤아리고,

수행자는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참고 사항 두 가지,

시가 아니라 시조입니다.

무상은 더 좋은 게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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