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thanks to
메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신 분들도 계셨고, 유입된 검색 키워드를 참고해서 질문을 뽑아보았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니 최대한 많은 후기를 찾아보시고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Q. 갑상선암으로 진단받기 전에 경험한 증상이 있나요?
A. 저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습니다.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목소리가 갈라진 적도 없었어요. 자주 피곤했지만 할 일이 많았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하고요. 체중이 30kg 정도 불었지만 혈액 검사 결과에서 갑상선 항진증이나 저하증도 없었기 때문에 제가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 찐 걸로 결론 내렸습니다. 언제 생겼는지,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다면 앞으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텐데. 이유를 모르니 재발이 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힘써야겠지요?
Q. 세침검사와 관련해서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개인적으로 세침검사는 2차 병원에서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3차 병원은 진료와 검사 일정을 빠르게 잡는 것이 어려워요. 세침검사 전에는 일반식을 먹었고 후에는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지만 딱히 조심해야 하는 음식은 없었답니다. 혈액검사를 같이 한다면 병원 안내에 따라 금식을 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엄살이 심해서 병원을 무서워하는데요. 세침검사의 통증은 참을만했답니다. 역시 겁이 많아서 맞아 본 적은 없지만 한의원에서 장침을 맞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비슷한 곳을 여러 번 찌르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아프기는 합니다. 저는 세침검사가 제일 무서웠어요.
Q. 병원은 어떻게 선택했나요?
A. 지방에 살고 있어서 서울로 병원에 갈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수술을 받을지 고민을 했어요. 외래 진료를 볼 때마다 서울에 올라가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대학병원이 다양하고 폭넓은 케이스를 접하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들의 수술 경험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제일 잘하는 병원에서 수술할 걸’이라는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싶었어요. 그래서 갑상선암으로 유명한 인터넷 카페에서 열심히 검색을 해서 갑상선 전문 암센터가 있는 병원과 몇 분의 전문의를 추렸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진료를 빨리 볼 수 있는 분에게 진료를 보았습니다. 로봇 수술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어요. 흉터가 남는 것보다 암세포를 완전히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절제술을 받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Q. 수술할 때 필요한 준비물이 있을까요?
A.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작은 목베개였어요. 수술하고 나서 목을 뒤로 젖히는 것이 어려운데, 병원에 구비되어 있는 베개는 너무 낮았거든요. 비슷한 이유로 빨대도 필요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빨대로 조금씩 물을 마셔야 했어요. 쓰리O 얼음팩도 많이 추천해 주시던데 저는 병원에서 주는 얼음팩으로도 충분했어요. 목에 맞춰 구부러지지는 않았지만 훨씬 시원함이 지속되어서 수술 부위가 부을 때마다 대고 있었어요. 편한 슬리퍼와 수건, 아이패드와 이어폰은 필수고요. 머리를 감지 못해서 찝찝하다면 드라이샴푸도 추천드려요. 짐은 최소한으로 챙겨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Q.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다행히 가래가 심하지는 않았는데, 한 번 가래가 생기면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기침도 못해서 최대한 물을 마시거나 목을 조금씩 가다듬어야 했어요. 수술 부위가 터질까 봐 기침은 거의 한 달 동안은 참거나 최대한 조심히 했던 것 같아요.
또 다행히 저는 수술하자마자 목소리가 나왔답니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하면 목이 잠길 때가 있고요. 아직까지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지도 못해요. 조금만 목소리를 높이면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져요. 특히 수술하고 2주 동안은 목조임과 목눌림이 엄청나게 심했어요. 갑상선을 떼어내고 남은 공간과 다른 부분이 서로 유착되어 그런 걸까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누가 목을 꾹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 3주 차부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완화되었지만, 목소리를 많이 쓰거나 목을 뒤로 많이 제치면 목당김이 여전히 나타납니다.
병원에서는 수술 다음 날부터 목 운동을 하라고 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목을 양 옆으로 돌리는 것도 어려워서 잠을 잘 때도 아주 바른 자세로 누워야 했답니다. 지금은 양쪽으로 목을 휙휙 돌려도 괜찮은데, 목을 뒤로 넘기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요. 3개월까지는 조심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변한 것은 식단입니다. 그전에는 배달음식을 굉장히 많이 먹었는데요. 지금은 밀가루나 튀김음식은 최대한 자제하고 매일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항암에 좋다는 토마토는 매일 먹습니다. 제철 야채나 과일도 꼬박꼬박 챙기고 있어요. 술도 끊었습니다. 맛있는 안주와 술을 즐겨했던 사람이라 조금 슬프긴 합니다.
Q. 수술 이후 여전히 무기력하고 우울해요.
A. 암은 명백한 스트레스 사건입니다. 마음이 힘든 것은 당연하지만, 그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요. 수술 이후에도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개인 상담을 추천해 드립니다. 상담사와 함께 안전한 공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먼저 표현하시는 것이 필요해요. 상담은 내가 대처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수용할지, 그리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상담사와 함께 고민하고 연습하는 시간이에요. 그 과정만으로도 힘든 마음이 완화되고 삶을 더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답니다.
Q. 수술을 앞둔 지인에게 어떻게 인사말을 건네면 좋을까요?
A. 많은 분들이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해주셨더라고요. 상대방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저도 함께 따뜻해졌답니다.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주시는 것이 최고의 위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도 참 놀랐고 걱정되지만, 네가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는 그 마음을요.
THANKS TO
직업이 이렇다 보니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심리학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만큼 심리학은 우리의 삶에 밀접한 학문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심리학자와 암’을 연재하면서 저 역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고, 글을 통해 묵혔던 감정들을 표현했던 과정이 심리적 회복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도 암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계실 환우분들과 가족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조금이나마 제 글이 닿아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평범한 일상에 심리학을 녹여낸 글을 쓰고 싶습니다.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