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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Me 김진세 Sep 23. 2023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된 나

BetterMe: 24개의 더 나은 자아로 1년 살기 프로젝트

관계 안에 놓인 인간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누군가에게서 태어난 순간 가족이라는 관계에 놓였고, 성장하며 사회 시스템을 경험하며 수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우린 때론 사람에 매달리고, 사람을 밀쳐내기도 하며, 종종 관계를 방치하기도 한다. 그 관계 역동 안에서 여러 가지 갈등과 그로 인해 발생한 정서들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은 관계를 대하는 우리의 반응에 다시 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관계 안에서의 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형성된 패턴에 따라 끌려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치 원래 나는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혹은 나는 처음부터 혼자인 것이 편했던 것처럼 생각하고 반응한다. 그러면서 인간관계는 참 힘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관계를 능숙하게 맺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마다 자신의 인격, 성품, 세계관,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이 되다가도 삶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관계를 찾는다. 우리 내면에 자리한 연결됨을 향한 욕구 때문이다.

    이 연결됨의 욕구의 시작은 인간의 연약함이다.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 보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삶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연약하다. 때문에 생존과 관련되어 있는 기본적인 삶의 요소를 확보하려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먹고살아내는 것만큼 정서적인 충족을 얻으려고 하는 본성도 삶의 초기부터 자리하고 있다. 어디선가 천에 둘러싸인 모조 원숭이에 매달려 옆에 철사로 만들어진 모조 원숭이에 설치된 젖병을 빨려고 몸을 기울이는 새끼 원숭이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_Harry Harlow가 했던 실험이다. 그는 어미를 잃은 새끼 원숭이에게 두 가지의 모조 원숭이를 제공했다. 한편엔 천으로 쌓여있는 부드러운 원숭이를 설치했고, 다른 한쪽엔 철사로만 감겨 있지만 젖병이 달려있는 원숭이를 설치했다. 새끼 원숭이는 처음엔 차가운 철사로 된 원숭이에게 가서 젖을 먹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천으로 쌓여있는 원숭이에게 매달리고 몸을 비볐다. 공포 자극을 주면 그쪽으로 달려갔고, 젖병을 빨 때조차도 천 원숭이에 매달렸다. '접촉을 통한 안정'이 원초적 본성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즉 정서적으로 연결됨 곧 애착_Attachment을 향한 욕구는 불안전감_feeling of insecurity을 해소하고자 생애 초기부터 우리를 움직이는 본능적인 욕구다. 이 연결됨을 향한 욕구는 초기 애착대상_Attachment figure이 안정된 양육을 제공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게 표현이 된다. 예를 들어 아이의 필요에 무관심하거나, 너무 엄격하게 아이를 키웠다면 그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기에 부족하거나 부모가 나를 사랑하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부모에게 매달리는 불안형 불안정 애착을 갖게 된다. 반대로 부모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그런 관심과 돌봄이 필요 없는 것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회피형 불안정 애착을 갖게 된다. 이런 아이의 애착유형은 성인의 애착유형으로 이어져서 관계의 역동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관계 욕구와 돌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계에 관련된 욕구들을 돌아보자.

사랑/공감/돌봄을 받고 싶은 욕구

소유하고 싶은 욕구

가장 중요한 존재로 여김 받고 싶은 욕구

통제하고 싶은 욕구

존재와 성취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

구해주거나 도와주고 싶은 욕구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

피해를 당하고 싶지 않은 욕구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욕구

     그 자체가 관계 맺기에 장애물이 되는 부정적인 욕구가 있는 반면, 잘 관리가 되면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 수 있는 욕구도 있다. 관계를 잘 관리하며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더 나은 나로 살아가기 위해선 이 욕구들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욕구가 관계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는데 도움/방해가 되는지를 먼저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관계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내적 취약함을 공개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도움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 욕구 중에서 자신에게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요소와 타인이 충족시켜줘야 하는 요소를 구분하고 실행하면 관계 의존적인 성향을 극복할 수 있다. 이때 스스로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돌봄을 통해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은 결코 비참한 일이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정서적 욕구를 스스로 돌보는 것은 용기가 수반된 멋진 일이다. 외로움과 공허함으로 인해 이런 돌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은 상담자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과거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풀어내는 것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관계설문조사

    2022년 말에 한국리서치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조사를 했다. 깊은 대화를 나누고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친밀한 지인의 수에 대한 질문에 평균 6.4명이란 결과가 나왔다. 그 관계 안에서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점이었고, 친밀한 지인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81%). 흥미롭게도 관계를 확장하려고 하는 노력(46%)과 정리하려는 노력(39%)에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과의 관계가 깊어진 경우는 66%였고, 반대로 그 관계가 소원해진 경우는 59%였다. 관계가 끊어지거나 완전히 정리된 경우는 47%나 되었다. 18-29세의 저 연령층의 변화가 고 연령층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관계의 정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발견되었다. 관계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가장 많이 경험했지만(76%), 상당수의 사람들이 피로감(54%)과 불안함/두려움(29%)을 느꼈다. 또한 참가자들은 다수와 깊지 않은 관계(13%)보단 소수의 깊은 관계(87%)를 더 선호하였고, 이것은 친한 관계가 많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정서적 교감을 통한 심리적 안정을 얻어 더 나은 삶을 사는 것(89%), 갈등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83%), 개인의 성취 및 목표 달성에 도움을 얻는 것(77%)이 인간관계의 긍정적 효과라고 대답하였다.

    이 설문의 결과를 통해 생각할 만 것들을 몇 가지 추려보았다.

친한 관계의 수: 먼저 친밀한 관계의 많고 적음을 판단할 때의 기준이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6명-7명 정도를 친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자신의 관계의 양을 판단해 볼 수 있겠다.

관계 만족도: 관계의 만족도를 생각할 때 9나 10을 바라고 있다면 다소 높은 나의 기준으로 실망할 수 있겠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평균 만족도를 고려하여 자신의 만족도를 조절해 보는 것도 좋겠다.

관계정리: 우리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 관계 확장에 대한 경계와 관계 정리에 대한 시도를 적절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관계 스트레스: 분명히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관계 안에서 피로감과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관계의 대상에 따라 몇 번을 만나는지, 얼마큼 오래 만나는지, 어떤 주제를 나누는 지를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관계의 질: 너무 많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다 보면 가진 내적 에너지가 고갈되기도 하고, 다수의 관계 안에서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이때 삶의 깊은 주제를 나눌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계에 대한 기대: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고, 거기에 따라 그 관계에 대한 목적과 기대가 다를 것이다. 우리에겐 정서적 교감을 통한 안정을 주는 사람, 배울 수 있는 사람, 삶의 목표에 유익이 되는 사람을 향한 내적 기대가 존재한다. 여기에 맞춰 현재 관계를 정리해 보면 나에겐 어떤 영역에 관계가 충분한지 아니면 부족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몇 가지 관계를 향한 조언과 그것의 시도로 큰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고, 통제할 수 없는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 부모에게 얻지 못했던 것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바라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혹 내가 그 욕구를 표현하지도 않은 채, 알아주길 기대하고 있다면 크게 실망하고 믿었던 자신을 책망하게 되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 그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면 언젠간 그 통제를 상실하고 더 큰 거리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또한 통제받는 사람의 저항이 나에게 상처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나의 내면의 욕구를 들여다보듯 상대방의 내면의 욕구를 들여다보면 서로의 필요를 동시에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작은 채워줌이 상호 간의 노력으로 시작되면 정서적인 연결 곧 애착이 새롭게 형성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더 나은 나'의 동반자다. 그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더 오래 그리고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성장 그룹을 위한 나눔 질문

1.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경험하며 가장 상처가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왜 그것이 ‘가장’ 상처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나요? 혹시 그것이 나의 과거의 상처와 연결이 되나요?

2. 글에 언급된 관계에서의 욕구 중 나에게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그 외에 다른 욕구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3. 그 욕구가 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누가 어떻게 채워주었나요?

4.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타인이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을 구분한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5. 관계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건강한 연결을 위한 힌트를 하나 골라 내가 구체적으로 활용할 만한 나만의 방법을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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